창의적 천재에게 책임을 묻는 새로운 방식
조직 내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무, 그 중에서도 전략·기획·디자인·연구개발과 같은 영역은 늘 ‘불확실성’과 함께 움직인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그 정답을 찾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한 실험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런 상황에 빠진다. 창의성을 요구하면서도, 결과에 실패하면 책임을 묻고, 실패가 누적되면 자유를 거두며, 결국 창의적인 시도는 사라진다. 특히 천재성 있는 창의적 인재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순간, 그 사람은 더 이상 실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실패는 기본값인데, 그 실패가 곧 불이익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책임은 필요하지만, 창의적 실패에 책임을 묻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 그 실패는 단순한 낭비가 아니다. 그 실패 안에 담긴 시도, 맥락, 관찰, 확장 가능성은 조직의 미래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리더는 창의적 인재에게 결과 중심의 책임이 아닌, 시도 기반의 피드백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창의 중심 기업들은 이 딜레마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1. Google X
‘달에 도달하지 못한 아이디어’에도 보너스를 지급한다. 실패를 조직 내에서 ‘결정권자의 판단 오류’가 아닌, ‘도전의 흔적’으로 공식화한다.
2. Amazon
제프 베조스는 연례 보고서에서 “우리는 큰 실패가 없었던 해를 실패한 해로 간주한다”고 말한다. 실패 없는 실험은 존재하지 않으며, 도전 없는 기업은 진화하지 않는다고 본다.
3. Pixar
픽사의 대표 회의 슬로건은 “쓰레기에서 시작하라”. 창의성을 위축시키는 건 기술 부족이 아니라, 비판이 앞서는 조직 분위기라는 걸 철저히 인식하고 있다.
이들 조직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창의성의 본질은 실패에 있고, 실패는 책임이 아닌 자산이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방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당연하다. 하지만 정답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창의적 천재에게는 결과가 아닌, ‘정렬’과 ‘시도’를 피드백한다.
1. 무엇을 시도했는가 : 실패를 피하지 않고 실험했는가
2. 문제를 어떻게 구조화했는가 : 창의가 감각이 아닌 논리적 맥락 위에 있었는가
3. 실패 이후 어떤 통찰이 있었는가 : 반복하지 않도록 학습이 있었는가
4. 팀과 어떻게 공유했는가 : 독창성이 개인화되지 않고 조직 자산으로 환류되었는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지적 구조화와 조직적 영향력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 책임은 위축이 아니라, 성숙한 창의로 이어진다.
국내에도 예외는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한 인공지능 연구팀은 실제 R&D 실패율이 70%가 넘지만, 연구원을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시도한 논문 수, 실험의 구조화 방식, 데이터셋 생성 및 협업 기여도 등이 실적처럼 간주된다. 이는 결국, 연구자에게 실패할 권리를 주는 문화이며, 그 결과로 세계 최초 언어모델 데이터셋 확보라는 파괴적 성과도 만들어냈다.
창의적인 인재는 결과보다는 구조에 반응하고, 수치보다는 의미에 민감하며, 보상보다는 자유를 원한다. 하지만 그 자유는 ‘제멋대로’가 아니라 조직의 목표와 전략에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생산성을 가진다. 리더가 그 정렬을 돕고, 실패를 의미화하고, 조직 안에 실패의 기록이 쌓이도록 돕는다면, 그곳에서 나오는 창의는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 조직의 혁신이 된다.
창의와 책임은 적대하는 개념이 아니다. 단지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일반적인 결과 중심 조직에서는 책임은 수치로 측정된다. 하지만 창의 중심 조직에서는 책임은 질문으로 구성된다. “무엇을 시도했는가?”, “왜 실패했는가?”, “무엇을 배웠는가?”, “조직에 무엇을 남겼는가?”
이 질문을 제대로 던질 수 있는 리더는 천재성을 옭아매지 않으면서도 그 창의가 조직을 위태롭게 하지 않게 한다. 실패할 권리를 줄 수 있을 때, 우리는 마침내 위대한 실패 위에 선 조직을 만날 수 있다.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