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전에 요구되는 다섯 가지 보이지 않는 역량
모든 조직은 '좋은 팀워크'를 원한다. 협업, 유기성, 자율, 수평 구조… 말은 멋지지만, 막상 그런 시스템을 만들거나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PSG(파리 생제르맹)는 기존의 스타 중심 전술을 해체하고, 모든 선수가 움직이고, 헌신하며, 유기적으로 공간을 메우는 전술로 유럽 정상에 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강인 선수는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동성과 피지컬, 오프더볼(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주전에서 밀려났다. 이는 단순한 경쟁 결과가 아니다. 조직이 유기화될수록,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보편적인 기본기’가 명확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기적인 조직이란, 각자가 고정된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역할과 위치, 책임이 유동적으로 재배치되는 구조를 말한다. 이 구조의 전제는 단순하다. “한 사람이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무너지지 않아야 작동하는 구조.” 그래서 유기적 구조는 화려한 창의성보다 보이지 않는 기본기, 탄탄한 태도, 성숙한 판단력을 먼저 요구한다.
1. 기동성 – 역할 유연성의 실천력
“내 일만 잘하면 된다”는 태도는 통하지 않는다.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위치와 업무를 유연하게 바꾸고, 조직의 흐름을 깨지 않으며, 필요한 곳에 스스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 기획자가 고객 응대에 참여하고, 개발자가 회의 리드에 나서는 구조가 그 예시다.
2. 오프더볼 감각 – 보이지 않는 기여를 인식하는 능력
지금 내가 직접 ‘공’을 잡지 않고 있어도, 팀 전체의 흐름을 읽고, 필요한 움직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눈치가 아니라 상황 판단력과 전략적 감각이다. 다른 팀원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적절히 채팅을 통해 백업하거나, 발표자의 흐름을 보완하는 식의 배려가 그 예시다.
3. 기본 피지컬 – 지속가능한 퍼포먼스를 위한 자기관리
유기적 구조는 밀도가 높기 때문에 육체적, 정서적 체력이 중요하다. 흔들리지 않는 컨디션 유지, 감정적 안정성, 루틴화된 업무력. 긴 프로젝트 기간 동안 일정한 퍼포먼스를 유지하거나, 감정적으로 소진된 팀원과의 관계를 스스로 조율할 수 있는 자기 내공이 그 예시다.
4. 협응성 – 나의 방식이 팀에 미치는 영향을 아는 감각
나의 말투, 반응, 회의 태도가 팀의 흐름을 강화하거나, 깨트릴 수 있다는 인식. 특히 유기적 구조에서는 이 ‘미세한 파장’이 누적되어 분위기, 흐름, 속도를 바꾼다. 팀원에게 피드백을 줄 때, 내용뿐 아니라 맥락과 리듬을 고려해 전달하는 사람이 그 예시다.
5. 메타인지 – 자기 위치와 한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조율하는 능력
“지금 내가 이 팀에서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 “이 프로젝트에서 나는 주도자인가, 지원자인가?”, “지금은 나설 타이밍인가, 기다릴 타이밍인가?” 이 모든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유로운 구조 속에서 조직과 ‘정렬’된 움직임을 할 수 있다. 자신이 더 이상 팀에 필요한 축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주도권을 내려놓고 물러설 줄 아는 자기 통제력이 그 예시다.
이강인 선수가 PSG 주전에서 밀려난 건 드리블, 패스, 창의성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PSG는 전원이 움직이며, 공간을 교차하고, 위치와 역할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전술을 구현하고 있었다. 거기서 요구되는 건 기술보다는 구조 감각, 즉 팀 전체의 움직임과 정렬될 수 있는 신체, 태도, 판단이었다. 현실의 조직도 다르지 않다. 기술이 뛰어난 사람보다 흐름을 끊지 않고 정렬된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다.
결국 묻게 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함께 일할 사람으로 뽑아야 하는가?” 스펙이나 포트폴리오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건 아래와 같다. 기동성과 상황 대응력이 있는가? 협업 속도에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가? 내가 없는 시간에도 팀이 잘 돌아가도록 움직일 수 있는가? 주도권이 없을 때도 의욕을 잃지 않는가? 이것이 유기적 구조의 일원이 될 자격이며, 그 구조를 설계하고 유지할 사람을 구분 짓는 결정적 차이다.
모든 조직이 유기성을 말하지만, 유기적인 구조 안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역량이 더 많이 요구된다. 기술 이전의 감각, 성과 이전의 태도, 성과 이후의 관계.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사람은 구조의 중심이 아니라 구조의 일부가 되고, 구조는 일부를 위해 움직이지 않고, 전체로써 작동할 수 있게 된다. 유기적 조직은 멋있는 조직이 아니라, 가장 기초가 단단한 조직이다.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