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욕망은 과연 나의 것일까

경제학이 숨겨둔 비밀

by 민진성 mola mola

경제학 교과서의 첫 장을 펼치면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며, 자원은 희소하다'는 원칙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묘한 안도감과 불쾌감을 동시에 느꼈다. 내가 끊임없이 최신형 스마트폰을 갈구하고, 계절마다 옷장을 채우고 싶어 하는 이 허기가 나의 탐욕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근본적인 '설정값'이라는 면죄부를 받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 거대한 욕망의 저수지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갈증은 정말 내 안에서 스스로 솟아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정교하게 설계한 수로를 따라 내가 '원하도록' 길들여진 것일까?



만들어진 갈증, 의존 효과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일찍이 이를 '의존 효과(Dependence Effect)'라고 명명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소비자가 주체가 되어 생산자에게 무엇을 만들지 명령한다고 가르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기업들은 광고와 마케팅, 그리고 화려한 외주 업체들의 기획력을 빌려 우리의 결핍을 발명해 낸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나의 이어폰이 줄이 달렸다는 이유만으로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질 때, 나는 내 안의 욕망이 아니라 기업이 던진 미끼에 반응하고 있었던 셈이다. 생산이 소비의 뒤를 쫓는 것이 아니라, 생산이 욕망을 앞질러가며 새로운 길을 닦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증명한 '세이의 법칙'

"사람들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의 이 오만한 선언은 고전 경제학의 '세이의 법칙(공급이 스스로의 수요를 창출한다)'을 가장 현대적으로 증명한 사례였다.

우리는 아이패드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그것을 원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공급자가 인위적으로 이끌어낸 이 욕망은 마치 원래부터 내 마음속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이제 공급자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상인이 아니라, 대중의 욕망을 조각하는 예술가이자 알고리즘으로 우리의 무의식을 해킹하는 설계자가 되었다.



욕망의 저수지 위에서 노를 젓는 법

결국 현대 경제 체제에서 '무한한 욕망'이란, 공급자들이 마음껏 노를 저을 수 있도록 깔아준 거대한 바다와 같다. 공급자들은 데이터라는 정교한 그물을 던져 우리가 무엇에 반응할지, 어떤 결핍에 지갑을 열지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내 스마트폰에 뜬 '당신만을 위한 추천 상품' 알림을 본다. 이것은 나의 필요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정교한 유도일까. 경제학이 말하는 무한한 욕망은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욕망이 향하는 과녁이 나의 진정한 행복인지, 아니면 타인의 수익률인지를 구분하는 능력만큼은 빌려오거나 외주를 줄 수 없는 노릇이다.

오늘도 나는 무한한 욕망의 파도 위에서 묻는다. 지금 내가 간절히 원하는 이것은, 진정 나의 욕망인가?




#생각번호20260114



본 글은 RE:Mind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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