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생물학이 숨긴 인식론적 오만
최근 생물학계의 보고서를 읽다 보면 눈에 띄게 단정적인 단어들을 마주하곤 한다. "개체별 유전체 서열의 완전한 결정", "불연속적인 디지털 데이터로의 변환", 그리고 "압도적으로 정밀해진 포괄성".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이 화려한 수사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인류가 생명의 설계도라는 거대한 퍼즐을 마침내 정복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이 '완전함'이라는 단어 앞에서 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이것은 과학적 성취에 대한 찬사인가, 아니면 인간이 스스로 설정한 한계 안에서 부리는 오만인가.
철학적으로 볼 때, 과학은 기본적으로 귀납에 근거한다. 수만 번의 관찰을 통해 하나의 법칙을 도출하지만, 그 귀납적 추론은 단 하나의 예외만으로도 무너질 수 있는 오류 가능성을 내포한다. 수십억 개의 염기쌍을 99.99%의 정확도로 읽어냈다고 해서 그것을 '완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말하는 '완전한 유전체'는 사실 현재 시퀀싱 기술이 도달할 수 있는 '기술적 종착점'일 뿐, 생명 현상의 본질적 진리를 모두 담아냈다는 의미의 완전함은 아니다. 통계적 허용 오차라는 안전장치 뒤에 숨어 '완전'이라는 마침표를 찍는 행위는, 어쩌면 귀납법이 숙명처럼 안고 가야 할 겸손함을 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데이터가 '불연속적'이 되었다는 표현 역시 흥미롭다. 실제 세포 안에서 벌어지는 분자들의 움직임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며 연속적이다. 단백질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환경에 따라 모양을 바꾸며, 화학적 변형을 거친다. 생명은 0과 1로 나뉘지 않는 거대한 흐름이다.
우리가 그것을 A, T, G, C라는 기호로 치환하고 '불연속적인 데이터'라 부르는 순간, 우리는 자연의 본질을 읽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박제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셈이다. 즉, 불연속적인 데이터란 자연의 속성이 아니라, 인간들이 소통하고 분석하기 위해 합의한 '공리적 약속'의 영역이다.
물론 과학자들의 이런 단정적인 언어가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유효할 것이다. 질병을 치료하고, 유전자를 편집하는 공학적 관점에서는 일단 '완전하다'고 가정한 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유용성이 곧 진리는 아니다.
나는 현대 생물학의 이 자신만만한 선언들 너머를 보려 한다. 인간이 만든 논리의 틀 안으로 거대한 자연을 우겨넣고 "이제 다 알았다"고 말하는 오만함보다는, 우리가 만든 지도가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가 더 과학적이지 않을까.
우리가 결정한 것은 '유전체'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본 '유전체의 단면'일 뿐이다. 진정한 과학의 진보는 '완전함'이라는 마침표가 아니라,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쉼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각번호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