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법칙과 인격적 응답 사이
식물은 태양에게 햇빛을 달라고 기도하지 않는다. 그저 물리 법칙에 따라 빛이 있으면 광합성을 하고, 없으면 시들거나 혹은 빛 없이도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할 뿐이다. 에너지의 흐름이 본질이라면, 왜 인간에게만 ‘기도’라는 거추장스럽고 비효율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한가? 그냥 은혜를 주면 받는 것이고, 아니면 진화하여 자생하는 것이 가장 시스템적으로 깔끔하지 않은가.
식물과 태양의 관계는 철저히 물리적(Physical)이다. 조건이 맞으면 일어나는 화학 반응의 결과일 뿐, 거기엔 어떠한 의도나 선택도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종교가 상정하는 신과 인간의 관계는 인격적(Interpersonal)이다.
만약 신이 인간을 단순한 ‘반응 기계’가 아닌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로 대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도는 신이라는 에너지원에게 "나는 당신의 개입을 수용할 의사가 있습니다"라고 밝히는 일종의 승인 절차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항아리 뚜껑이 닫혀 있으면 물이 담길 수 없듯, 기도는 굳게 닫힌 자아의 뚜껑을 여는 능동적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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