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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lamola Feb 12. 2020

영국 워홀 취업에 실패했습니다 02

런던과 이별하는 일 D-24

 오늘은 어제에 이어 워홀 취업 실패담을 적어볼까 한다. 영국 문화도, 언어도 비교적 익숙했던 나는 대체 왜 실패했을까? 영국에 워홀로 처음 가는 사람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던 나도 실패했다면, 유학이나 어학연수 없이 영국 취업은 불가능한 걸까?


 우선, 유학을 했다고 해외 취업이 보장되는 게 아니듯, 유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외 취업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주변에 나보다 영국에 짧게 있었으나 취업을 한 선배들도 있고, 한국어가 가능한 점을 어필해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원하는 직무에 따라 취업길은 다양하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는 직무나 프리랜싱 프로젝트들도 있고, 대사관이나 한국 문화원 같은 주영 한국 공기관에서도 시즌마다 채용을 진행한다. 리테일이나 세일즈 포지션을 찾고 있다면 더욱이 기회는 많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이렇게 까지 해봤는데도 실패했으니 도전하지 마세요'가 아니라, 나는 실패했지만 이런 실패 요인들을 공유하니 누군가는 내가 놓친 부분을 보완해서 꼭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정도로 열심히 사는 당신이 진심으로 잘됐으면 좋겠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내 실패 요인을 소개해볼까 한다.



*워홀을 오기 전 했던 노력과 구체적인  배경이 궁금하신 분들은 1편을 먼저 읽고 오시기를 추천드립니다!

https://brunch.co.kr/@molamolaj/10



영국 워홀 취업에 실패한 이유



1. 미흡했던 포트폴리오 및 서류 준비


 미대생이라면 공감할만한 얘기지만, 학교에서 진행한 작업 중 포트폴리오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건 몇 개 되지 않는다. 지원하는 회사나 직무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계속해서 수정해야 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학생 포트폴리오와 프로페셔널 포트폴리오의 구성은 달라야 되기 때문에 졸업 후에도 포트폴리오는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나는 영국에 돌아오기 전에 이 과정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을 간과했다. 귀국해서 한 달도 안돼 일을 시작하면서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영국에 돌아가서 작업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계획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래서 두 달을 집에서 작업만 하면서 보내야 했고, 결과적으로는 시간도 돈도 낭비한 꼴이 됐다. 영국에 돌아와 보니 필요한 서류들과 포트폴리오를 한국에서 다 준비해와도, 지원하는 회사에 맞춰서 보내는 것 자체가 시간이 많이 들고, 바쁘단 사실을 알게 됐다.

 만약 내가 영국에 돌아오는 것에만 급급해하지 않고, 필요한 것들을 한국에서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면 예상외 추가 비용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고, 작업에 드는 비용도 훨씬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꼭 나와 같이 미술 분야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해당 직무나 산업에 필요한 테크닉, 자격증, 포트폴리오 등이 있다면 한국에서 준비하고 출국을 해도 늦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일단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덜컥 출국을 했다가는 가뜩이나 비싼 영국 물가에서 수입 없이 계속 지출만 늘어나고, 불안감만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풀타임 취업이 목적이라면 워킹 홀리데이 비자가 만기 된 이후에는 회사에서 Tier 2 비자 서포트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계획을 하는 게 좋다.


- 한국에서 준비하고 오면 좋을 것

링크드인 프로필 업데이트 및 커넥션 만들기

CV와 커버레터 준비

가고 싶은 회사 리스트 작성과 Tier 2 비자 지원 여부 리서치


2. 런던 취업 비성수기에 대한 이해 부족


  한국 대기업 및 공기업의 공채 문화는 내게 굉장히 생소한 개념이었다. 영국에선 대부분의 회사들이 상시 채용의 개념으로 채용 절차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상시채용이라고 해서 항상 모든 포지션이 열려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처럼 채용 시즌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보통은 T/O가 생기면 잡포스팅 웹사이트에 공고가 올라오는 형식이다. 그러나, 영국에도 채용 공고가 덜 올라오고, 지원을 해도 피드백이 느린 기간이 있는데 그 기간은 7월 말~8월 중순 사이와 12월이다. 7월 말~8월 중순에는 공고는 올라오지만 여름휴가 시즌이라 지원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느리다. 11월 말부터는 12월 크리스마스 홀리데이를 준비하면서 공고 자체도 확 줄어드는데, 대부분의 직장인 친구들이 12월 달에는 쉬면서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할 정도로 취업 비성수기다. 본인의 스케줄이 이 기간에 겹치면 아무래도 취업의 확률이 낮아지거나 장기전이 되는데, 내가 그런 케이스였다.



3. 인터뷰 스킬 부족


 인터뷰에서는 지원자의 기술이나 역량도 확인하지만, 지원자가 팀에 들어와서 팀원들과 잘 어울릴지도 평가한다. 이 부분을 평가하는 건 영국이나 한국이나 공통된 얘기겠지만, 영국에서는 면접관과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는지를 바탕으로 평가한다. 꼭 면접관만 지원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면접을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지원자와 면접관이 그 시간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당시 나는 이런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인터뷰에 참석을 해서 외운 티가나는 자기소개와 작업 설명만 하고 돌아왔었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는 그 자리에 온전히 집중해야만 알 수 있는 법인데, 그때의 나는 인터뷰를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만 집중했었다. 아무리 스크립트를 써서 달달 외우고, 인터뷰 연습을 한다고 해도, 인터뷰 당일의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갈  없다면  인터뷰는 성공적일  없다. 인터뷰는 내가 준비한 말을  하고 오는 자리가 아니라, 면접관의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에티튜드, 앞에 앉아있는 면접관과 해당 회사에 대한 관심을 어필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두 번의 실패를 바탕으로, 내가 최종 오퍼까지 받았던 인터뷰에서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성실히 하면서 나도 면접관께 직무와 관련된 질문들을 드렸다. 그 시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면접관께서도 그 점을 알아주시며 좋은 질문을 많이 해서 인터뷰가 즐거웠다는 평을 주시기도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터뷰라는 셋팅 안에서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열정을 표시하면 표시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대로 받아들이는 문화권에 와있으니 간절한 만큼 소리 내어 얘기해야 한다.


- 인터뷰에서 하면 좋은 질문


1) 딱딱한 분위기를 풀 수 있는  질문

여기서 얼마나 일하셨나요?

여기서 일하는 게 어떠신가요?

보통 면접자께서 담당하는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요?


2) 적극성을 어필할 수 있는 질문

면접자께서 저를 고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제가 해당 직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 어떤 아웃컴을 내야 할까요?

제가 지원한 직무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스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업무 진행 중에 A와 같은 이슈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이때 이슈는 직무에 대한 인사이트를 보여줄 수 있는 이슈여야 함


3) 회사에 대한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질문

일과는 보통 어떻게 흘러가나요?

 


4. 번아웃


 마지막으로, 취업은 어느 도시에서나 장기전이다. 기회가 많은 곳에는 그만큼 경쟁자도 많다. 브렉시트가 확정돼 앞으로는 EU 국가 출신 구직자들에게도 어떤 제재가 생길지 아직 모르지만, 여태까지는 EU 국가 간 취업이 자유로웠다. 영국에 있는 회사가 비자가 필요 없는 자국민과 EU 출신들을 제외하고, 비자 서포트를 해줘야 하는 아시안을 뽑을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취업을 향한 노력은 지속하되, 비자가 필요 없는 경쟁자들보다는 조금 더 걸릴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마음이 많이 조급했었다. 런던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부모님께서 경제적 지원을 해주셨기 때문에 얼른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고, 하루빨리 자립 가능한 사회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작업만 하면서 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그 결과 심한 번아웃이 왔다. 지금은 충분한 휴식과 마음 챙김으로 회복했지만, 번아웃은 내 취업길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준비를 다 마쳐서 포트폴리오와 서류는 있는데, 도저히 지원할 힘이 나지 않았다. 모든 것들이 준비돼서 이메일만 보내면 되는 단계였는데도 나에겐 그만큼의 에너지도 없었다. 나조차 내 수고를 알아주지 않고, 의지박약이라며 자신을 계속 밀어붙였던 게 화근이었다. 그 시간의 나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때 내 몸과 마음은 휴식을 필요로 했고, 부상을 입은 마음에 더 이상의 채찍질은 무의미했다. 빨리 가기 위해서 서둘렀던 것이 결국에는 가장 큰 독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고,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




 해외 취업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미지의 영역에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휴식을 취해야 한다. 당장 한 달, 두 달 한 몸 불살라 노력하면 취업이 가능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영국 취업의 길은 예상보다 더 길다. 부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너무 나무라지 않고, 자신과 다투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취업 준비하실 수 있길 두 손 모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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