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이별하는 일 D-11
서울 물가도 장난은 아니지만, 런던에 살다 보면 살인적인 물가를 몸소 체감하게 된다. 머리를 자르는데 최소 45파운드는 들고(여성의 경우), 외식을 하려면 20파운드가 훌쩍 넘는 이 도시. 모든 서비스가 한국 가격의 1.5배는 되는 듯한 이 살인 물가 도시에서 너무 큰 지출은 피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나도 런던에서 4년을 넘게 지내면서 런던 물가 때문에 한숨 쉰 적도 많고, 먹고 싶은 걸 뒤로 한 채 싼 것 위주로 장바구니에 담은 무수한 날들이 있다. 딱히 사치스럽게 지낸 것도 아닌데 왜 늘 돈이 모자라지? 싶은 게 런던 생활 아닐까.
'런던에서 경제적으로 살려면?' 시리즈는 두 편으로 나누어 진행해보려고 한다. 한 편은 살림, 나머지 한 편은 교통으로 나누어서. 이 두 종목이 일상생활과 가장 맞닿아 있고, 또 경제적인 출혈을 일으키는 가장 큰 부분이기 때문에, 살림과 교통에서 가격을 잡을 수 있다면 약간의 여유자금이 생기리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럼 4년간 런던에서 자취하며 얻은 돈 아끼는 꿀팁에 대해 공유해보겠다.
1. Lidl's Too Good to Waste box
리들은 202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양을 25% 줄이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Too Good Too Waste Veggie & Fruit Box'를 만들었다. 이 박스에는 약 5kg 정도 되는 양의 과일과 채소를 담겨있고, 매일 오후 12시까지 리들 상점에서 단 1.5파운드에 구매할 수 있다. 5kg의 야채, 과일 박스가 1.5파운드라는 건 정말 엄청난 디스카운트가 아닐 수 없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사용하지 못하는 걸 넣는 건 아니다. 아직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 예를 들면 변색되거나 약간 스크레치나 멍이 든 상품들을 매일 해당 매장의 선별해서 따로 빼놓는 것. 동네에 리들이 있다면 이미 리들만의 저렴한 가격대로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겠지만 할인과 혜택은 다다익선. 투 굿 투 고 박스로 장보기 값을 훅 줄일 수 있다.
2. Sainsbury's Nectar Card
만약 집 근처에 리들은 없고, 세인즈버리는 있다면 어떻게 지출을 줄일 수 있을까? 아쉽게도 세인즈버리는 리들 같은 박스는 없고 대신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 포인트 카드가 있다. 바로 세인즈버리 넥타(Nectar)인데 우선 마트에서 피지컬 카드를 발급받고 그 발급받은 카드의 번호를 넥타 앱에 동기화시키면 된다. 물론, 카드 자체만으로도 포인트 적립/사용은 가능하다. 하지만 넥타 앱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더 많으므로 앱 사용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넥타 앱은 내 구매 목록을 반영해 자주 사는 상품에 대해 오퍼를 준다. 다음에 그 상품을 또 사면 보너스 포인트를 얹어주는 것. 또 넥타는 세인즈버리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고스(Argos), 로이즈 파머씨(Lloyds Pharmacy)등 다양한 제휴업체에서도 적립/사용이 가능해 포인트를 모으기 용이하다. 기왕 보는 장, 나중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도 잊지 말고 적립해서 조금이라도 할인받으시길.
3. Groupon
그루폰은 서비스나 음식점 등을 쿠폰가로 제공하는 앱이다. 그루폰에 먼저 회원가입해서 관심 있는 항목을 둘러보거나, 주소별로 검색을 할 수도 있다. 사전 예약과 결제를 통해서 가능한 시스템이기에 대부분의 제휴 업체들이 당일 예약은 받지 않는 걸로 알고 있지만, 이것 역시 업체 바이 업체! 그루폰을 이용하면 본래의 가격에서 20%, 많게는 70%까지 할인을 받고 이용할 수 있다. 약속이 생겼을 때 먼저 그루폰에서 할 거리, 먹 거리 등을 미리 찾아보고, 머리나 네일 아트도 그루폰에서 찾아보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해결 가능하다.
4. Charity Shops
영국에는 차리티 샵들이 정말 많다. Oxfam부터 시작해서, Save the Children, Cancer Research, Shelter... 까지 동네에 꼭 한 두 개씩은 있는 게 차리티 샵. 차리티 샵에서는 옷이나 가방 신발 등 의류도 팔지만, 화병, 클래식한 접시, 시계 등 잡화도 취급한다. 화장솜을 넣을 만한 유리 컨테이너를 찾아 인테리어 샵과 차리티 샵을 여러 곳 다닌 적이 있었다. 결국에는 Cancer Research에서 동그란 보석함처럼 생긴 마음에 꼭 맞는 컨테이너를 찾을 수 있었다. 가격은 3파운드뿐이었고, 사자마자 끓는 물에 소독해서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다. 만약 이 컨테이너를 ZARA 홈이나, H&M 홈에서 구매했더라면 최소 10파운드는 됐을 텐데, 환경오염을 줄인 데다가 저렴한 가격에 득템 했으니 나에게는 일석이조였다. 이처럼 가끔씩 집을 꾸밀만한 작은 소품들을 사고 싶은 충동이 타오를 때, 차리티 샵을 방문하면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고, 옛 멋이 나는 제품들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