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이별하는 일 D-10
고백하건대 나는 튜브가 너무 싫다. 튜브를 탈 때마다 느껴지는 쿰쿰한 냄새와 지하의 더운 바람, 몇십 년은 갈아 끼지 않은 듯한 시트 커버를 보면서 여기가 생지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와중에 튜브가 싫은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건 바로 가격이다.
런던은 교통이 잘 돼있는 편이지만, 민영화가 돼있어 그 가격이 역시 사악하다. 버스는 1회 탑승 시 1.5파운드 (약 2358원*), 튜브는 2.4파운드 (약 3144원*), 이 마저도 존(Zone)마다 달라지며, 타는 요일, 시간대(Peak/Off Peak) 별로 달라진다.
게다가, TFL(Transport for London: 런던 기차, 지하철, 버스 등을 운영하는 회사)이 피크타임이며, 캡이며 온갖 제도를 만들어놔서 처음 온 사람 입장에선 혜택이 있더라도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오늘은 런던 거주자 분들이 얻을 수 있는 런던 교통 혜택에 대해서 말씀드리려 한다.
1. 우선은 본인 신분과 맞는 오이스터를 발급한다.
학생이라면 스튜던트 오이스터 카드, 학생이 아니라면 일반 오이스터 카드를 발급받는다. 스튜던트 오이스터 카드는 TFL 웹사이트에서 계정을 생성하고 학교에서 본교 학생이라는 걸 컨펌해줘야 발급이 진행되므로 며칠 정도 소요된다. 스튜던트 오이스터 카드가 좋은 이유는 당연히 할인 혜택이 있기 때문.
2. 레일 카드(Rail Card)를 꼭 꼭 꼭 발급한다.
레일 카드라는 이름 때문에 레일 카드가 기차를 탈 때만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레일 카드는 튜브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레일 카드로 튜브를 탑승할 수 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며, 레일 카드를 본인 나이나 타입에 맞게 발급한 후 오이스터에 Add-on 하면 특별 할인가를 받을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레일 카드가 없는 기존 오이스터 카드를 가지고 King's Cross에서 Oval까지 간다고 하면 피크 타임에는 2.9 파운드, 오프 피크타임에는 2.4파운드를 내야 한다. 하지만 레일 카드가 있다면 피크 타임 가격은 2.9파운드로 동일하지만 오프피크 타임 가격이 1.6파운드로 할인된다.
'고작 하루 1.3 파운드 때문에 1년에 30파운드짜리 카드를 사라는 건가요?'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완전한 예스일 것. 우선, 하루 1.3 파운드씩 할인만 받아도 23일이면 30파운드의 레일 카드 가격은 본전은 뽑은 것이다. 1년 치 요금이 30파운드인데 한 달도 안돼 본전을 뽑을 수 있다면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게다가 레일 카드는 오이스터 카드의 캡(Cap)에도 영향을 주며, 실제 기차를 탈 때에도 20~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 사면 손해인 카드라고 볼 수 있다.
방금 언급한 캡(Cap)은 1일 치 상한 요금이라고 할 수 있다. 런던에서 버스와 튜브, 기차를 일정 금액 이상 타면 하루 동안 아무리 더 많이 타더라도 그 특정 요금 이상으로는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데 이게 바로 '캡'이다. 버스는 하루에 3번 이상 타면 4.5파운드에서 캡이 되며, 그 날 하루 동안은 버스를 몇 번이고 타더라도 4.5파운드만 나가게 된다. 버스와 튜브 혹은 튜브만 계속 탄다면 일반 오이스터 카드는 zone 1- zone2 사이는 7.2파운드에서 캡이 되고, 레일 카드를 더한 오이스터 카드는 오프 픽 4.75파운드에서 캡이 된다.
결론적으로, 주로 오프 픽 시간에 움직인다면 거리가 얼마나 됐건 어떤 운송 수단을 자주 타던간에, 오이스터에다가 레일 카드를 더하는 게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런던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오이스터에다가 레일 카드를 어떻게 더할까?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손쉽게 하면 좋겠지만, 그런 방법은 아직 없는 듯하다. 대신 역무원이 상주하는 튜브 역에 가서 역무원에게 오이스터 카드에 레일 카드를 Add on 해달라고 하면, 역무원이 카드 머신에서 버튼을 누르고 바로 더 해준다. 그럼 그때부터 할인 가가 적용되는 것. 이때 기왕이면 조금 센트럴에 있는 역이나, 기차역과 함께 있는 역을 시도하는 게 좋다. 그 이유는 TFL 직원들 중에서도 레일 카드를 오이스터에 추가할 수 있다는 걸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잘 모르는 직원이 그런 건 안된다고 말할 경우 잘 모르는구나 생각하고, 뒤돌아서 다른 역에서 다시 시도하면 된다.
3. 무조건 트레블 카드를 사지 않는다.
트레블 카드를 사면 한 달 동안은 혹은 몇 주 동안은 마음껏 신경 쓰지 않고 버스든 튜브든 타고 다닐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트레블 카드가 늘 더 저렴하다는 법은 없다. 내가 필요한 만큼 보다 오히려 더 비싸게 교통비를 내고 있는걸 수도 있다. 이때 좋은 방법은 한 달 동안 교통비를 얼마나 쓰는지 TFL로부터 직접 받아보는 것이다. TFL웹사이트에 로그인하면 오이스터 Journey History에 들어갈 수 있고, 거기서 Journey History Statement를 이메일로 신청할 수 있다. 이 스테이트 먼트를 한 달 단위로 신청해서 받아보면 내 한 달 교통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 방법으로 내 교통비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트레블 카드가 더 저렴한지 아니면 탑업을 해서 오이스터 캡을 받으면서 지내는 게 더 저렴한지 판단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건, 총액을 계산해서 보내 주는 게 아니라 일별 금액으로 30일 치를 보내주기 때문에 총합은 직접 계산해야 된다는 것.
런던 물가, 교통비 모두 사악한 게 일반 시민의 잘못은 아니지만, 물가가 사악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똑똑해져야 한다.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와 튜브,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교통비이기 때문에 늘 눈을 크게 뜨고 할인 혜택을 찾으시고, TFL 웹사이트를 참조해 혹시 놓친 혜택은 없는지 잘 살펴보시길!
*런던 버스, 튜브 가격 환율 (2020.2.26일 기준 1파운드=1572.27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