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다

[달콤쌉싸름 단상]

by 어금니

혼돈이 찾아오는 밤이 잦아지는 요즘이다. 요즘이라고 표현하기엔 꽤나 시간이 쌓였는지도 모르겠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계속해서 마주한다. 어제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가, 오늘은 또 저렇게 결론 내리고, 어쩌면 내일은 결론에 가까이 가지조차 못할, 그런 단상들.


‘나’에 대한 생각들이 대부분. 탐구라기엔 불명확하고, 해석이라기엔 좁혀지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내가 부정당하는 것 같기도, 점점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겠고, 몰라서 답답하고 어려운 것, 맞다.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 맞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묵히고 맞춰주려고만 하는 것, 맞다.


그런데,

꼭 명확해야만 하는 걸까.

꼭 '모' 아니면 '도' 여야만 하는 걸까.

꼭 모두 드러내야 하는 걸까.

꼭 다 지켜야만 하는 걸까.


알 듯 말 듯하면 더 궁금해질 수도 있잖아.

이런 마음과 저런 마음 모두 이해할 수 있잖아.

그냥 내어주기만 하더라도 채워질 수 있잖아.

좋게 생각하다 보면 정말 좋아질 수 있잖아.


15세기 문헌 <석보상절>에서는 ‘아름답다’를 ’아(我)답다‘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아'는 '나'를 뜻하며, '아름답다'는 곧 '나답다'는 말이 된다.


나다움으로 아름다워지는 나.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는 내가 결정할 부분이니까. 내가 정한 나의 선함으로 걸어가고 나다움을 가져간다면, 적어도 나에겐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럼 언젠가 누군가에게도 그 아름다움이 분명 보이지 않을까.


물론 모두에게 아름답진 않을 거다. 개인의 역사와 시간이 각자의 기준을 만들 테니. 다름을 인정하면 모두가 아름다워질 수 있을 텐데. 나 역시 인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를 인정하자. 지금의 나는 나에게도 누구에게도 아름답지 않은 것 같으니.


나는 너와는 달라. 너는 너무나 아름답고 눈이 부셔, 닮고 싶을 만큼. 하지만 너를 닮아가진 않을래. 나답게 아름다울래. 그게 너에겐 아름답지 않더라도, 보여줄게. 나의 선과 진심을 다해 아름다워지는, 나다워지는 내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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