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월간 안부]
어렸을 때 게장을 참 좋아했어요.
짜지도 않은지 밥 없이도 한두 마리는 뚝딱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게장을 먹으면 목이 칼칼해지고 입술이 부풀고 목구멍이 울룩불룩 해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청소년기쯤부터 갑각류 알레르기가 생겼습니다.
서글펐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몰랐다면 모를까,
그 맛을 아는데 어떻게 참으라는 건지.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나
줬다 빼앗는 게 더 나쁘다는 말처럼,
해본 것을 못하는 것은 애달픈 일입니다.
예전엔,
종종 주말을 내어주어야 했지만 안정을 주던 직장과
여유롭진 않아도 먹고 싶어 하는 것은 같이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벌이,
고민을 나누고 싶은 누군가에게 술 한 잔 건넬 수 있는 여유.
그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줄 수 있는 게 고작 몇 문장뿐이라는 게 서글픕니다.
마음을 담은 몇 개의 문장과
위선은 있어도 거짓은 없는 웃음과
보이지 않지만 잘게 쪼개어 줄 수 있는 시간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다 주어도 이것뿐인 저에게,
누구나 줄 수 있는 것이어도 ‘지현’에게서 나온 거라 의미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런 제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을요.
각근히 살겠습니다.
밝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고 가고 싶어 하는 곳에 데려가주고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먹여줄 수 있는 날까지.
홈리스에게 지갑을 털어 건넬 수 있는 게 몇 개의 동전이 아닌 빳빳한 지폐가 되는 날까지.
언제 어디든 달려가 토닥여줄 수 있는 날까지.
주어도 주어도 줄 수 있는 힘이 가득할 날까지요.
#런던월간안부 #2025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