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인사이트]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교과서나 책에서 읽었던 ‘이런 차별이 있었더라’에서 오는 지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요즘에는 다양한 영상 자료가 있다. 역사를 이야기해 주는 강의나 시사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들이 많아서 훨씬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에 빠져들어 공감할 수 있는 건 역시 ‘이야기’인 듯하다. 영화나 공연 소설 등이 사랑을 받는 이유이자 예술가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갈구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는 인물이 나온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어느새 인물의 상황에 빠져들고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된다. 그들이 보는 시야와 듣는 것, 느껴질 수밖에 없는 공기들을 우리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도 그런 삶을 살아왔고 또 실제로 보고 들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똑같은 경험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큰 맥락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감정이란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까. 인종이 달라도, 나라, 문화, 나이, 모든 게 달라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
모든 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상황이 실제 존재했고 오히려 더 했을 수도 있다는 게 너무나 이질감이 든다. 말이 되나 이게.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상은 당연하지 않았다. 알고 있지만 이건 다르다. 상상하는 것과 목격하는 건 다르다. 이 영화로 나는 그걸 목격해버렸다. 지금 세상도 역시나 그 어딘가에 수많은 차별과 편견이 있겠지.
나 역시도 타지에서 지내보니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괜한 자격지심이 드는 때도 있다. 내가 차별을 당하지 않았어도 나와 비슷한 역사를 보며 유전적으로 탑재되어버린 삐딱한 마음. 나도 그런 시선을 가져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혐오한다. 내가 가장 중요한 나의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남의 세상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실 우린 모두 약점을 갖고 있다. 어떻게 나뉘고 나누더라도, 어디에 있어도 우리는 모두 결핍이 존재한다. 진득하게 눌어붙은 그 자격지심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억겁의 세월 속에서 인류가 만들어온 역사 속에서 누구도 모르게 각자에게 스며든 그것들을. 어디서부터 풀어내야 할까.
이 영화는 너무 아프다. 보는 내내 설움과 울분이 동시에 치여들어오고, 어이가 없다. 그래서 더 마음이 들뜬다. 이런 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의 희열을 느낀다. 아무래도 나는 이런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 해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