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패스] 아드리안 부이텐후이스, 데릭 머레이 2017 작품
히스 레저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 역할과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스 역할로서 친근한 배우이다. 나 역시 그랬고, 그의 대한 다큐멘터리엔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우려반 기대반이었다.
영화 속 히스 레저를 보며 느낀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그는 잘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 사실이 질투를 일으키기보다 그의 에너지를 스크린을 통해서라도 얻을 수 있어서 뿌듯했고 감사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영화의 핵심이자 매력 포인트다.
그는 카메라를 사랑했다. 사진을 찍길 좋아했고, 영상을 만들어 냈으며 카메라에 자신이 담기는 걸 좋아했다. 영화의 절반이 그가 찍은 영상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있었는지 예상 가능하다. 나 역시 기록하길 좋아해서 글 혹은 사진, 영상으로 나의 흔적을 이곳저곳에 남기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개인적인 공간에 나의 기록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면 히스 레저는 이 기록 혹은 예술이 나의 일기장으로 멈추는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보였을 때 더 큰 매력이 된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찍은 영상 속에서 그의 모습은 매우 솔직하지만 명백한 관객이 존재한다. 즉 그는 카메라에서 그가 어떻게 해야 매력적인 사람인지 안다는 것이다. 배우로서 타고난 사람이겠지.
실제로 <브로크백 마운틴>을 촬영 당시, 이안 감독은 배우가 카메라 체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히스 레저가 하는 건 허락했다고 한다. 카메라 속 자신의 연기를 보고 점점 어색해지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히스 레저는 더 잘 해냈기 때문이다.
이미지의 대한 이해가 뛰어났던 그는 미술과 음악의 대한 사랑도 열렬했다.
그가 생전에 남겼던 사진 속에는 그가 덧칠한 그림들이 콜라보 됐는데, 작품들이 실제로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의 사진 혹은 영상들을 보면 굉장히 신선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최근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쉽게 소비되는 이미지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그의 매력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품을 만든다고 했는데, 그것이 자신을 뽐내고 꾸미기 위함이 아니라 그의 생각이 관객으로 하여금 소탈하게 혹은 날것으로 다가온다.
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의 작품을 가득 찬 영화를 보는 내내 일종의 청량함을 느꼈다. 답답한 정사각형 이미지에서 벗어나 조금은 거칠지만 뚜렷한 그의 색깔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이다.
그는 많이 알려져있는 사실과 다르게 약물 중독으로 죽은것이 아니다. 그는 항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삶을 향유했으며 사랑하는 딸이 있었다. 이렇게 영화 내내 그의 삶을 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온전히 느낌에도 불구하고 영화 마지막맛은 씁쓸하다. 그가 없다는 사실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더이상 그를 애도하는 일이 아니다.
그가 전해준 에너지를 받아 나의 삶에 적용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