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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친절했나

디자이너의 태도는 결과만큼 기억된다.

by 몰두

“저 진짜 열심히 했어요.”


이런 말,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밤새 수정했고, 시간도 안 어겼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근데 너무 불편했어요.”

“말이 좀 날카롭더라고요.”


그제야 알게 된다.

내가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예의 바르게 말했고, 무례하지 않았고,

성실했으니까.


그런데 그 태도가

누군가에겐 불편함이었고

그조차 알아채지 못한 채

상대를 판단하고 있었다.


‘친절하지 못했다’는 말은

알지 못했던 타인의 감정이

조용히 흘러넘친 결과였다.


그 감정은

생각하지 못한 틈에서 스며든다.

디자인은 결과로 평가받지만,

그 과정의 태도도 오래 남는다.


가끔 이렇게도 말한다.

“그래도 결과물은 좋잖아요.”

그 말 뒤에 숨은 무심함을

이제는 조심하고 싶어진다.


내가 상대를 몰랐기 때문에,

상대도 나를 몰랐기 때문에—


그래서 다시 묻는다.

정말, 친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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