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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즈 Dec 31. 2020

꽃 한 송이에 깃든 세상의 아름다움

겨울에 봄을 그리다.

 겨우내 메말라 있던 투박한 가지들이 어떻게 그리도 고운 푸른 새순을 내고 인간이 그려낼 수 없는 각양각색의 꽃들을 또 어떻게 다시 잉태해 내는 것인지 이것은 여전히 봄의 신비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제주에도 굵은 눈발이 날린 한 겨울에 나는 언제가 겨울이 지나면 찾아올 따뜻한 내년의 봄을 무심결에 벌써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나리, 목련, 벚꽃, 산수유, 유채, 붉은 버가목 열매, 개암나무, 버들잎... 그 어느 것도 빠뜨릴 수 없고 더 더할 것도 없는 봄의 옷들.

 내가 좋아하는 날씨는 비 온 뒤 깨끗하게 개인 봄날이다. 하늘은 푸른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끝도 없이 높게만 보이고, 태양빛은 따스하게 온 대지와 전신을 적시는 날, 그리고 구름이 때로는 뭉게구름이 되었다가 때로는 바람에 날리는 안개구름이 되어버리는 날, 실로 인간이 붓으로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날이다.


 아름다움이란 발견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인지도 모르겠다.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아름다움의 의미조차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가는 것보다 세상 그 어느 곳에서든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아는 눈을 가지는 것이 더 큰 행복이 아닐까?


 '아름다움'은 예쁜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사람이 만든 옷과 물건은 가끔 예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또 정말 얼굴이 예쁘기도 하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어떤 신성함과 경이로운 느낌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은 거룩함의 그림자가 뒤따른 다른 의미 일수도 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존재로 다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바다의 광활하고 힘찬 파도가 수평선까지 맞닿아 있는 아름다움과 해 질 녘 노을의 황금빛, 때로는 자줏빛으로 변하는 글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봄에 피는 분홍색 복사꽃과 연두색 새싹들의 생명력과 녹음이 깊어져 가는 푸른 산하의 경이로움을 모두 합친 것이다.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 꽃이 나무에서 피어 내 얼굴에서 만개한다. 나는 한 송이의 꽃에서 이 모든 대자연의 신비를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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