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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즈 Jul 24. 2020

아내의 쌍둥이 출산 3주 후, 나는 점점 말라가고 있다

분명 애들은 아내가 낳았는데.

 아내가 남자 이란성쌍둥이를 출산했다. 


 이참에 그동안 아껴두었던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첫 애가 4살 위로 딸인데, 남동생을 쌍으로 낳았으니 집안의 대를 이은 것은 물론이요, 나라에도 덕과 인구를 보태었다. 길에서 지나치는 어르신들은 쌍둥이 유모차를 누나가 끌고 가는 모습을 보더니 아내에게 '아이코, 홈런을 쳐부렀네.' '호국했네, 호국.' 혹은 '300점이구만!'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면 이런 소리에 익숙한 듯 아내는 약간의 웃음만 지어 보인 후 이내 뒤돌아서고 나면 표정이 약간 일그러져 있다.

그리고는 나를 한 번 쳐다본다.

그러면 나는 생각한다.


 '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인가? 아님 이생에서 아내한테 그리 죽을죄를 지은 것인가?'하고.


 그 약간의 웃음과 약간의 일그러진 표정으로 쌍둥이 엄마는 자신의 감정 상태의 모든 것을 말했다.

  


출산 후,


병원과 조리원을 거쳐 드디어 3주 만에 집으로 왔다.


 4년 만에 다시 제자리걸음으로 돌아온 육아. 집으로 온 첫날에는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다음날부터 오

신 도우미 이모님의 도움과 손길을 통해 예전 첫 아이를 키우던 때의 기억과 기술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결코 쉽지 않은 육아.

경험해보지 않고,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공감하기 힘들겠지만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무조건 공감하게 되는 영역이다.


육아에는 정답도, 오답도, 요령도, 비법도 없다.

오직 자식에 대한, 혹은 저 꼬물이들에 대한 순결하다고 믿는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

아무리 힘들고, 답이 없는 것 같고, 끝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아이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약간의 기술?(애 셋 정도가 되면 약간의 기술이 들어가는 신기한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 받은 가장 위대한 선물 중 하나가 3kg 남짓한 우렁찬 핏덩이의 첫 번째 울음소리와 조우하는 순간이다.

이번엔 둘이다.



쌍둥이 아빠의 하루.


내 이상한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 아니라 늦은 오후 무렵부터이다. 오전 10시에 잠이 들어 보통 7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난다. 왜 그런지는 이유가 따로 있다.


제주에 이주해서 살면서 집에 5살이 된 첫째 딸이 있고, 남자 쌍둥이가 태어나 집에 와 보니 부부가 모두 붙어서 육아를 해도 손이 모자랄 판이지만 좀 더 효율적이고 쉬운 방법을 모색한 결과, 낮동안에는 아내와 산후도우미분이 아이들을 돌보고,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내가 전적으로 쌍둥이들을 돌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오후 늦게 큰 딸이 어린이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때부터 첫째와 함께 친구가 되어 저녁 식사 전까지 있는 힘껏 놀아준다. 주로 집안에서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해 놀이를 하는데, 낱말 카드놀이, 블록, 동물 가면 역할극 (가끔은 내가 공룡이 되기도 하고, 물고기가 되기도 하고, 오징어 같은 연체동물이 되어 온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나도 내가 낯설다) 등등.



나는 정확하게 만들고 큰 딸은 한 번에 부숴버리는 블럭 놀이 @쏠파파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놀아주는데 이제는 체력은 필수, 정신력은 옵션.  

38개월의 여느 아이들처럼 쉴 새 없이 재잘대며, 이방, 저 방, 옥탑방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통에 금방 지쳐버릴 때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첫째가 동생들의 급작스러운 탄생으로 인해 부모의 사랑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성심성의껏 놀아준다.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이 모여서 먹을 수 없다.

먼저, 아내가 쌍둥이를 돌보고 있을 때, 얼른 집 안에 있는 밑반찬에다가 낮에 잔뜩 끓여놓은 미역국 한 사발에다가 밥을 말아서 김치 한 무데기를 섞어 게 눈 감추듯 급하게 먹어야 한다. 그 잠깐의 찰나를 놓치면 자동적으로 금식 육아가 돼버린다.


그 사이 천방지축으로 온 집안을 뛰어다니는 큰 딸을 잡아서 식탁에 앉히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저녁밥을 먹인다. 딸아이는 밥 먹는 것도 나랑 놀이라고 생각하는지 밥은 먹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노는 것이란 느낌마저 든다.


그러고 나서 아내와 바통 터치.


나는 방으로 들어가 쌍둥이들을 번갈아가며 기저귀를 갈고, 분유와 유축해둔 모유를 먹이고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트림을 시키고 잠을 재워 아기 침대에 눕힌다. 하나가 아니라 둘이기 때문에 최소한 40~50분의 시간이 걸린다.


 아내가 저녁밥을 어느 정도 먹고 나면, 나는 쉴 새도 없이 곧바로 첫 애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간다.

 열심히 물장난을 치며 함께 거품 목욕을 한다. 요즘은 대형 욕조 안에 들어가 새하얀 거품을 한껏 내고는 무슨 스파를 저렇게나 즐기시는지 보고 있노라면 허탈 웃음이 나기도 한다.


딸아이가 혼자서 20~30분 정도 물에서 노는 동안 항상 치워도 곧바로 난장판이 되어 있는 거실을 정리하고 청소한다. 물론 의미 없는 짓이다. 샤워를 끝내고 등장하는 딸이 맘만 먹으면 5분 만에 원상복구 가능하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치우고 정리하는 짓을 반복한다. 순전히 자기만족인 것이지.

육아는 자기만족을 버리면 아주 편해지는데 말이지 @쏠파파

첫 애 목욕을 마무리하고 나면 이번에는 쌍둥이들 목욕 차례이다.




신생아 목욕시키는 아빠


1.신생아 목욕방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위의 온도 변화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목욕 전 30분 전부터 안방의 온도를 올려놓고 후끈후끈한 공기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24도~27도의 실내 온도 유지해야 신생아는 목욕 중에 찬바람으로 인한 감기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신생아 목욕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몸을 닦고, 옷을 입혀줘야 하기 때문에 속싸개, 겉싸개, 배냇저고리, 신생아 욕조에 넣고 사용할 깨끗한 가제 손수건 등을 미리 준비해 둔다.


2.신생아 목욕 시 약간 따뜻한 미온수와 이것보다 조금 더 따뜻한 물을 아기 목욕통에 각각 준비해서 방으로 가지고 온다.

(신생아 목욕 시 물 온도는 팔꿈치를 물에 갖다 댔을 때 따뜻함을 느낄 정도이다. 뜨겁게 느껴지면 온도가 높기 때문에 다시 조절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신생아 욕조에 온도계가 달린 것도 좋다.)


3.신생아 목욕의 시작 시 입고 있는 배냇저고리, 속싸개, 겉싸개를 그대로 둔 채로 머리를  천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왼쪽이나 오른쪽 무릎에 올리고, 머리 뒷 목부분을 감싸듯 럭비공을 잡듯이 살포시 잡고, 물을 꽉 짜낸 가제손수건으로 눈, 코, 입, 이마 부분을 순서대로 조심스럽게 닦는다.

(이때 머리를 잡은 손의 엄지와 검지 혹은 중지를 사용해 귀를 덮어서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

신생아 목욕 시, 머리를 감길 때는 신생아의 머리를 목욕통 안으로 조금 기울여서 가제 손수건을 사용해 쓰다듬듯이 물을 끼얹어가며 깨끗하게 몇 번씩 씻어준다. 머리와 얼굴을 씻기고 나면 마른 가제 손수건으로 얼른 얼굴과 젖은 머리를 체온 유지 차원에서 닦아준다.

(신생아 목욕은 반드시 아기가 분유나 모유를 먹기 전에 하는 것이 좋다. 먹은 것이 아직 소화가 안되어서 씻기다가 토를 하거나 속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신생아 목욕은 수유 후 최소 30분은 지나서 하는 것이 좋다.)


4. 다음으로는 아기의 옷을 다 벗기고, 왼손으로 아기의 왼쪽 어깨 부분을 잡고, 목과 머리를 왼쪽 팔로 받친 채로 엉덩이부터 천천히 아기를 물속에 앉히고, 물에 젖은 부드러운 가제손수건을 배에 덮어둔 채 살살 때를 미는 느낌으로 아기의 몸 앞부분과 팔다리, 목을 문질러 준다. 그러면 물에 불려지고, 몸에 쌓인 태지들이 하얀 때처럼 조금씩 벗겨진다.

오래 씻길 필요는 없다.

신생아의 목욕은 무조건 10분 안으로 끝낸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감기에 걸린다.

(목욕 시간이 길어지면 체온이 떨어지고, 아기가 배가 고파 더 심하게 울 수도 있기 때문에 놓치는 부위 없이 꼼꼼하게 신속한 손놀림이 필수다.)


5. 등과 뒷부분을 씻길 때는 오른손이나 왼손, 그리고 팔 부분으로 아기의 앞 목과 한쪽 어깨를 잡고 엉덩이와 등을 천장을 향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면 아기는 자연스럽게 목욕통 가장자리를 손으로 힘차게 꽉 잡게 되는데 그 상태로 등과 뒷목, 그리고 엉덩이를 동일한 방법으로 깨끗하게 씻겨준다.


6. 다 씻기고 나면 바로 옆에 더 따뜻한 물로 옮겨서 다시 한번 몸을 헹궈준다.

씻는 중에 떨어진 체온을 올리고 태지가 벗겨진 더러운 물을 깨끗한 물로 다시 한번 씻어 주는 것이다.

물에서 나오는 즉시, 깨끗하게 마른 부드러운 타월이나 부드러운 속사 개로 몸의 물기를 닦아준다. 


모든 것이 항상 두 개인 쌍둥이 육아현실 @쏠파파




큰 딸을 씻기고, 위의 과정이 두 번 반복되고 나면 허리 한 번 제대로 피지 못한 채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미리 준비해둔 속사 개와 배냇저고리, 기저귀로 얼른 새단장을 하는 동안 아내는 얼른 가서 젖병에다가 분유를 담아서 온다. 그리고 목욕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수유를 해 준다.


그러고 나면 보통 10시를 훌쩍 넘긴다.


그렇게 둥이들 수유를 마치고, 일단 쌍둥이 중에 누구 하나라도 재우고 나면 큰 딸을 침대에 데리고 가서 책을 읽어주며 얼른 재운다.


예전에 비해 요즘은 내가 집에 계속 있어서 그런지 큰 딸이 나와의 친밀감이나 유대감, 의존력이 상당히 커졌다. 아이의 언어와 생각과 감정이 자랄수록 나도 함께 자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책을 2~3권만 딱 읽어주고 나서 '이제 잘 시간이다 잘 자고 내일 또 일어나서 아빠랑 신나게 놀자.'라고 말하면 곧바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실제로도 10분~15분 사이에 큰 딸아이는 꿈나라로 간다.


그렇게 첫애가 골아떨어지면 아내 보고 나는 '그만 육퇴 하시게~'라고 말하고는 다른 방에 가서 혼자서 편안하게 자라고 한다. 처음에는 같은 방에서 자다가 밤에 수시로 쌍둥이들이 돌아가면서 깨기 때문에 아무리 내가 혼자 본다고 해도 여러 가지 혼잡한 소리 때문에 아내가 선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예 밤에는 딴 방 가서 혼자 자라고 했다.


그러고 나면 나 혼자서 12시를 전후해서 쌍둥이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수유를 돌아가면서 한다.


 


 쌍둥이 야간 경계 근무서는 아빠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밝아 오기까지 나만의 야간 경계 근무가 시작된다.

이건 무슨 군대 시절의 야간 경계도 아니고 거의 2~3시간마다 수유와 트림, 기저귀 갈기(똥, 오줌은 수시로 싼다), 잠재우기의 반복이다.


중간에 수유 텀이 좀 길어지면 이때 거실과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와 빨래, 젖병 소독,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수거 배출 등등 밀린 집안일을 한다.


밤 중에 가장 힘든 시간대는 새벽 1시부터 3시 사이, 그리고 아침 8시부터 10시이다.

꼭 이 시간만 되면 잠이 그렇게 쏟아지고, 피로도가 극에 달한다.

반면에 이 시간만 지나고 나면 몸이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또 혼자 있는 시간도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나름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족 모두가 잠든 깊고 고요한 새벽의 시간 속에서 나는 수시로 꿈틀대는 나의 세 아이들의 모습을 고요히 바라보며 아이를 기른다는 것과 가정을 이끌어 간다는 것과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본다. 성숙과 침묵과 무거운 눈꺼풀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시간이다.


새벽녘 나의 고독은 따뜻한 가족의 잠든 품 안에서 외롭지 않다.


그리고 또 다른 아침이 되면 새벽녘의 여명을 뚫고 솟아오르는 한라산의 설경을 마주한 하루의 첫 번째 빛을 매일같이 마주한다. 그러면 얼른 간단하게 뜨거운 에스프레소 한 잔, 빵 한쪽, 과일 하나로 배를 채우고 하루의 시작도, 끝도 아닌 시간을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아침 8시 30분부터 큰 애를 깨워 다시 씻기고, 입히고, 먹여서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나면 나의 하루 일과는 끝이 난다.


나는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아내가 방금 일어난 독방으로 들어가서 빛을 완전히 차단한 채, 오후까지 잠을 잔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근무교대 시간이다.


앞으로 아기들이 낮밤을 가릴 때까지 몇 달간은 나의 이런 생활은 계속될 것이다.


육체는 피곤하고 마음은 힘들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기를 보면서 조금의 위안과 한없는 기쁨을 품고 하는 것이 육아가 아닐까?


만약 누군가 내게 '다시 태어나도 이 아이들을 낳을 것인가?'(분명 아이들은 아내가 낳았지만, 왜 내가 점점 말라 가는 것이지)라고 묻는다면 나는 백번이고 더 그럴 것이다라고 말해주겠다.



해가 뜨면 나의 하루가 진다 @쏠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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