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 간의 기록들을 되짚어 보면서 나는 새삼스럽게 나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곤 했다.
정말 대단한 글들이 많았다.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안에 존재했었던 듯이.
가장 힘든 시기였기에 가능했던 삶이자 글이었던 것.
<제 19권> 13년 4월에 시작~14년 5월.
옥탑방에 몇 년을 두었는지 벌써 눅눅한 곰팡내가 난다. 일기의 처음은 그녀를 만나기 1년 전의 내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그 첫 페이지에 나는 이렇게 썼다.
나는 절망의 늪에서
나만의 꿈을 쓸 것이다.
때는 내 나이 서른이 되었을 때, 티베트를 다녀온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생계비를 벌기 위해 육체노동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규칙적인 육체적인 노동에 육신을 맡기고,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일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미야자키 하야오, 무라카미 하루키, 헤르만 헤세, 톨스토이'의 작품을 보며 비로소 그간의 불면의 밤을 편히 잠들 수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글의 힘이 있고, 깊이가 있고, 한이 있고, 또 생명력이 있었다.
그 인내의 시간, 고통과 좌절의 시기가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희망과 꿈을 간직한 채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이 글을 써 내려가는 깊은 밤, 희미한 수면등 아래 세 아이가 천사처럼 잠들어 있다.
차가운 바람과 밤의 어두움을 막아줄 따뜻한 지붕 아래에서 나는 흔들리지 않는 소망과 믿음과 절제된 사랑을 생각하며 오늘의 삶에 숨은 감사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