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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린 Jan 08. 2023

가족의 희생과 그 대가

해외 프로젝트 혜택

"아빠다~"


4살 된 첫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보며 반가워했다. 아이 얼굴을 보자마자 새삼스럽게 아내가 이 애를 막 임신했을 때도 해외프로젝트에 발령을 받았었던 기억이 났다. 결과적으로 그 프로젝트에 나가진 않았었지만, 갑자기 아이와 아내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빠가 뭐 사 왔는데, 뭐 사 왔을까?"


"아이스크림! 엄마,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 왔어. 나 하나 먹어도 돼?"


"웬일로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사 왔지? 우리 훈상이 밥 맛있게 먹었으니까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도 돼. 수지랑 하나씩 골라봐"


"와~~~ 아빠 나 포도맛 아이스크림 줘. 포도맛"


첫째와 이제 막 걸어 다니기 시작하는 둘째가 아이스크림을 고르며 행복해하는 사이에 나는 아내에게 다가갔다.


"회사에서 사우디에 나갈 준비 하래. 비자 준비하고 나가려면 아마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후에는 나갈 것 같아."


"역시나 자기를 보내네. 이번에는 혹시나 했는데..."


"뭐, 알면서 돌아온 거잖아. 회사는 해외에서 써먹으려고 날 뽑았을 텐데, 뭐. 해외에 나가는 건 당연하지."


사실 나는 아내가 첫째를 임신했을 때,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뒀었다. 5월에 결혼하고 아내가 첫째를 가진 지 3개월 만에 회사에는 해외 프로젝트로 발령을 내려고 준비했었다. 그 프로젝트의 장소는 한참 IS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던 이라크였고, 어머니를 비롯해서 장모님, 장인어른이 모두 이라크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셨다. 온 가족들이 걱정하던 때에, 나는 건설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제조회사로 이직을 했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후에 건설회사에서 다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아서 돌아왔던 것이다. 처음에 복귀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사우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듣고 왔었다. 내가 사우디에 나가는 것은 사실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지난번이랑 어떻게 달라진다고 했었지? 휴가 주기가 더 짧아진다고 했었잖아."


"응. 지난번에는 4개월 근무하면 2주 휴가였잖아. 이번부터는 3개월 근무에 11일 휴가래. 정확히는 11주 근무하고 11일 휴가. 1년에 4번 휴가니까, 전보다는 더 자주 나올 거야."


"훨씬 좋네. 예전에는 정말 너무 오랜만에 나오더라... 그리고 돈은 얼마나 더 나오는 거야?"


"아마 지금 한국에서 받던 것보다 50% 정도는 더 받을 거야. 그리고 해외에서는 한 달에 300만 원까지 면세여서 세금을 더 적게 낼 거니까, 실제로 받는 돈은 더 많을 거고."


"그거 말고 다른 거는 없어?"


"회사에서 양가 부모님 생신선물 보낼 거고, 자기 생일인지, 결혼기념일인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에 케이크인가 보낼 거고... 휴가 때 회사에서 지원하는 휴양소 신청하면 거의 당첨될 거야. 그거 말고는 없는 것 같네."


"그렇구나... 그래도 뭐 한국에 있을 때보다는 더 많이 주네. 버텨야지 어떻게 해. 내가 훈상이랑 수지 잘 데리고 있어 볼게. 사우디에 나가면 자기가 고생이지 뭐. 돈 많이 벌어와."


다행히 의외로 아내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응. 알았어. 그런데 수지가 걱정이다. 아직 어려서 병원에 자주 가야 할 텐데... 수지야~ 아이스크림 맛있어?"


둘째는 오빠와 아이스크림 먹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즐겁게 웃고 있는 아이들 얼굴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작은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이렇게 좋아하는데, 돈 좀 더 벌겠다고 가족들을 두고 해외에 나가는 게 맞는 건지 마음이 복잡해졌다. 주방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아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왜? 어디 다쳤어?"


"아니..."


아내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떨어져 살아야 하는지, 서글퍼서... 괜찮아... 괜찮을 거야."


가슴이 아팠다. 해외 프로젝트에서 일하는 나와 연얘하며 7년을 기다려 준 아내였다. 결혼 전에 5년가량을 기다려준 아내를 두고, 결혼한 지 4년 만에 또 해외에 나간다니... 게다기 지금인 어린애들이 둘이나 있는데... 이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프로젝트만 끝내고 그만두자. 가족들을 힘들게 하면서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다."  




건설회사는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수당, 휴가 등으로 보상을 준다. 물론 이런 보상의 종류와 정도는 회사마다 다르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가 제공했던 해외 근무자에 대한 보상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해외부임수당 (프로젝트 진행 지역이 근처 대도시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서 금액 변화)

단신부임수당 (해외프로젝트 연속 2년 이상 근무 시 직급별 인상액 10~30만원)

해외프로젝트 2년 근무 시 해외여행비 지급 (부부일 경우 : 최대 250만원 왕복항공권 실비지급, 여행비 $2,500 지급)

11주 근무 + 11일 휴가 (3일 개인연차 차감)

양가 부모님 생신 선물 지급 (5만원 상당)

결혼기념일 혹은 본인 생일 시 선물 지급 (3만원 상당)

국내 휴양소 지원 시 혜택 (해외 근무자의 경우 극성수기를 제외하고 1년에 2박 3일 동안 회사와 제휴한 호텔 및 리조트 사용권 당첨 가능)

경조휴가 사유 발생 시 국내 대비 2배 휴가 (예: 본인결혼 시 국내에서 근무할 때는 근무일 5일 휴가, 해외 프로젝트 근무할 때는 근무일 10일 휴가로 총 2주 휴가)


인사실 담당자에게 받은 교육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중동 프로젝트의 수당을 포함한 총급여는 국내 본사 근무 대비 1.5배에 맞춰져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 같은 동남아는 1.1~1.2배로 더 적다. 수당을 제외하고 해외 근무 지역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즉, 중동에서 근무하든 동남아에서 근무하던 휴가일수 및 주기는 같다.    

 



위에 언급한 해외 프로젝트 근무에 대한 보상기준은 회사 별로 비슷하나 다른 점들도 있으니, 회사내규나 회사생활가이드 등을 통해서 관련된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는 11주 근무 후 사용할 수 있는 11일 휴가를 사용할 때 개인 연차 3일을 차감한다. 또 어떤 회사는 휴가 때, 비행기를 타고 본국에 귀국한 날부터 휴가가 시작된다고 계산하고, 또 다른 회사는 비행기를 타는 날은 이동일로 개인 휴가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지급하는 수당의 종류 및 금액도 회사 별로 다르다. 어떤 회사는 해외 프로젝트에 근무할 때, 현지 휴일에 근무하면 휴일근무수당을 추가로 지급한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이런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필자는 사우디에 근무할 때 휴일근무수당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또 결혼한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할 것 중에 하나가 가족동반에 대한 지원일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건설회사는 가족을 동반하고 해외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에 월세, 의료비, 비자수속비용 등을 실비로 지원하고 단신부임 수당은 지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회사에 따라서 11주 근무 후 11일 휴가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 가족을 동반한 직원은 별도의 보상휴가 없이 개인 연차를 사용해서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반대로, 가족을 동반하더라도 11주 근무 후 11일 휴가를 그대로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내가 경험해 본 다른 회사의 경우, 가족을 동반하더라도 휴가는 4회 그대로 지급하고, 1년 4회 휴가 중 총 1회만 온 가족들을 위한 왕복항공권을 제공했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아부다비에서 근무할 때 돌아가셨다. 연락을 받은 날 경조휴가를 신청해서 그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고, 다음날 오후 5시에 한국에 도착했다. 다시 비행기로 광주로 출발해서 발인 전날 저녁에 겨우 장례식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2주의 경조휴가를 줬지만,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한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아마도 이때부터 나는 건설회사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일 년에 3~4번 밖에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해외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위에 설명한 혜택과 가족과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 단점에 대해서 잘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일단 해외 프로젝트에 나가면 그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그곳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짧으면 1년, 길면 몇 년 동안 해외에서 생활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8년 동안 한 현장에서 근무한 선배도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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