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주재원 가족으로서 느낀 점
해외주재원은 말 그대로 해외의 현지 법인에 파견되어 일하는 근무자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중국 발령으로 베이징이란 도시에 오게 되었다.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처음인 우리는 무지하게도 중국은 소달구지를 끌고 다니는 곳 아니냐며,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했지만,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현재까지 살면서 우리보다 발전이 덜 된 부분도 있지만, 상당히 앞선 부분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단 중국 주재원이라는 것 자체가 주재원들 세계에서는 비인기 지역이라는 걸, 한국 엄마들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 아빠 따라서 중국 가."라고 하면 하나같이 반응이 별로라고, 또 인도에 이어서 살기 힘든 곳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주재원도, 나라도, 회사의 부름을 받아 아무 생각 없이 온 우리는 그런 이야기가 꽤 흥미 있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등의 선진국도 아니고, 영어권도 아니니 일단 매력 자체가 없기도 하고, 사회주의라는 왠지 모를 어두움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주재원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한결같이 묻는 부분들이 있다.
중국 살기에 어때요? 지금 아이가 몇 학년인데,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에요.
어느 학교 다녀요? 다니는 학교 이름 좀 알려주세요.
어느 지역에 사세요?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 것 같아서요.
살아본 입장에서 솔직하게 대답을 해주기도 하지만, 개인 취향의 문제라서 답변을 해 주기도 애매하고, 일반적인 답변을 해주는 편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로, 어느 학교를 가더라도 개인이 겪은 경험에 의해서 만족도가 높은 학교가 될 수도 있고, 아닌 학교가 될 수도 있다. 집도 나처럼 내향적인 주재원 아내의 입장에서는 말 많은 주재원 사회를 피해서 살고 싶은 분들의 질문들이 공감 가는 내용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가 느낀, 중국 주재원 가족으로서의 중국 주재원 생활의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보았다.
장점
1. 한국이랑 가깝다. 실 비행시간이 2시간이 채 안 되는 가까운 지역이라 코로나가 풀린 지금은 언제든지 원하면 한국에 갈 수 있다. 한국과 시차도 1시간 늦어서 연락하기도 편하고, 한국에 가면 1시간을 버는 느낌이다.
2. 급여는 주재 수당이 붙어서 한국보다 많은 급여를 받게 된다. 우리는 중국 인민폐로 급여를 받는데, 회사에 따라서 한국 통장으로 급여를 받기도 한다. 처음에 한 동안은 매달 월급 통장에서 보지 못한 금액에 놀래곤 했다. 우리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받던 급여의 약 2배가 좀 안 되는 급여를 받는다. 물론, 해외에서 살다 보니 한인마트나 한국 식품의 비용이 또 한국에서의 약 2배 정도가 들고, 한국에서 불필요한 부분에서의 지출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던 저축이 가능하다. 중국에 산지 2년이 안 되어서, 대출을 청산하고, 다시 저축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주재원들의 걱정은 귀국 후다.
3. 주거 생활에 필요한 집과 자동차 등을 회사가 정한 금액 내에서 지원해 준다. 우리는 집을 계약할 때 관리비, 난방비, 영수증을 모두 집주인이 내는 방식으로 계약을 해서 집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혀 없다. 가스와 전기만 충전하는데 비용이 저렴하다. 자동차는 전기차를 회사에서 받아서 주말에 한국 돈 몇 천 원에 해당하는 전기충전비만 들고, 자동차 보험을 내는 것도 없으니, 자동차 유지비가 들지 않는다.
4. 아이의 국제학교 학비가 지원된다. 주변 엄마들을 보면 아이의 수대로 지원을 해주므로 다둥이일수록 많은 혜택을 받는다. 회사마다 지원되는 비율이 다른데 내가 아는 선에서는 보통 70-90%가 지원된다. 우리도 일정 부분은 1년에 한 번, 아이의 학비와 스쿨버스 비용으로 들어가고 이 부분이 우리가 중국에서 지출하는 부분에서 가장 큰 편이다. 학비가 높은 만큼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개인적으로는 높은 편이다. 국제학교에서 영어와 중국어로 수업을 하니,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주재원의 비용으로 아이한테는 유학 생활을 안겨줄 수 있다.
중국 국제학교의 학비는 주재원들이 많이 다니는 국제학교의 경우 초등학교 과정은 한국 돈으로 5,000만 원 전후이고, 중학교 이상이 되면, 6,000만 원 전후쯤 되는 것 같다. (한국국제학교, 쌍어학교, 로컬학교의 옵션도 있다.) 중국 국제학교의 비용이 상당히 비싼 편이라고 들었다. 우리처럼 아이가 1명인 경우에는 그래도 많은 저축이 가능 하지만, 아이가 2명 이상인 경우에는 교육비로 지출이 커서 교육에 목표를 둔다고 한다. 영어권으로 주재원을 가는 경우는 국제학교 대신에 공립학교를 다니지만, 국제학교와 현지 공립학교의 장단점은 각각 있을 것 같다.
5. 의료비가 지원이 된다. 이것도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외국인 병원 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병원 등을 이용한 후 파피아오(영수증) 처리를 해서 회사에 제출을 하면 일정 부분을 보험으로 돌려받는다. 하지만 외국인 병원은 기본 진료비가 2,000 rmb(약 370,000)이라 돈을 돌려받는다고 해도, 우리가 내야 하는 부분도 꽤 많고, 가족수가 많으면 총지원금을 넘을 수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 아프면 고생이다.
6. 중국은 전기비가 상당히 저렴하고, 여름 내내 에어컨을 각 방마다 틀어도 전기비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7. 중국은 지역이 넓어서 여러 종류의 과일과 야채가 값싸고 종류가 많으며, 수입 제품과 물건의 종류가 한국보다 다양하고 과일과 야채의 크기가 몬스터급일 때가 많다. 중국의 생강 사이즈를 보고 처음에 기겁했던 적이 있다.
8. 우유 한 팩, 계란 한 팩, 약도 배송되는 나라이다. 배송면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로 많이 발달되어 있고 살기에 편리하다. 집순이나 집돌이에게 최적의 나라이다.
9. 중국은 땅이 넓어서 여행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코로나를 중국에서 보내면서 우리의 중국 여행 버킷 리스트는 지키지 못했고, 오래된 코로나 통제로 인해서 여행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져서 현재 우리는 여행을 포기했다. 중국에 있을 때 백두산에 가서 천지를 구경하고 싶은 남편의 꿈도 이루지 못했고, 하늘과 맞닿은 곳인 운남도 시안조차 가지 못했지만,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각 지역마다의 매력은 충분하다. 그나마 코로나 시대에 내몽고 하나 다녀온 게 중국 여행에서 마지막 여행이자, 가장 큰 추억이 되었다. 사실, 여행을 하지 않아도 해외살이 자체는 매일이 여행하는 기분이다.
10. 가정부(Ayi, 阿姨)의 비용, 골프, 피부 관리 및 미용 쪽이 저렴해서 베이징을 떠날 때 '여자들이 가장 살기 편한 도시'라며 아쉬워한다고 한다.
11. 아시아권이라서 인종차별이 없고 내가 느꼈을 때는 한국인들에 대한 좋은 감정이 많았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피부 좋다."이러면서 호감을 갖고, 택시를 타면 "나는 내일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이런 한국 노래를 틀고 운전하는 기사도 있다. 가끔 거리에서 한국 가요를 들을 때도 있고, 코로나 이전에는 택시를 타면 기사들이 한국에 대해서도 묻고, 중국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외국인들에 대해서 호의적인 것 같다.
12. 한인타운은 예전보다 규모가 줄었으나, 여전히 한인마트, 한인 반찬업체, 소수의 한인 미용실, 한의원 등의 커뮤니티가 나름 잘 형성되어 있다. 조선족들이 운영하는 가게나 마트도 많아서 언어 사용에는 크게 불편함이 없다.
단점
1. 중국어를 못하면 살기 좀 불편하다.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영어가 통하지 않아서, 애를 먹을 때가 많고, 인터넷 쇼핑을 할 때나, 외식 한 번을 할래도 매번 핸드폰 화면을 스크린숏해서 번역기를 통해서 주문해야 하니, 이런 거에 허비하는 시간이 좀 많은 편이다. 단, 한인타운에 거주한다면 조선족이 운영하는 부동산을 통해 한국말로 집을 구할 수도 있고, 사는 게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택배 처리나 소소한 일상에서의 불편함은 있다.
2. 공기가 안 좋다. 미세먼지가 한 번씩 안 좋을 때는 오래가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미세먼지 수치가 100 가까이 되면, 공기 안 좋다고 난리법석이었는데, 이곳에서는 200 정도는 되어야 좀 나쁜가라고 느낄 때가 많다.
3. 물이 석회물이다. 샤오미 수질 테스트로 수돗물의 수질 체크를 해보았는데, 보통 생수, 정수기를 이용한 물이 50 이하인데, 일반적인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주방과 화장실의 수질은 200에서 300 이상이다. 물도 더러운 데다, 석회가 끼어있으니 샤워실이나 수전 주위가 새하얗다.
4. 건조하다.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나는 눈으로 정말 많이 와닿는다. 지금 같은 바람 많이 부는 건조한 1월부터 나의 눈의 상태는 적색경보다. 눈알이 빠질 것 같은 처음 느끼는 건조함으로 인한 증상들도 힘들다.
5. 병원 시설이 열악하다. 중국어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 교민들은 주로 외국인 병원을 이용하는데, 기본 진료비가 보통 2,000 rmb(약 37만 원)이라서 비싼 편이고,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인 한의원에 의존하게 된다.
6. 사회주의에 대한 통제가 코로나 때 가장 심했다.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부분은 많이 없지만, 이미 우리의 이름과 여권 정보는 털린 상태라고 생각한다.
7.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중국 음식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했다. 그나마 먹는 게 훠궈와 마라탕, 양꼬치 정도이다. 중국 음식에 오픈된 사람이면 저렴한 가격에 양 많은 중국 음식이 제격일 수도 있다.
코로나를 직격탄으로 현지에서 맞은 입장이라 '중국'에 대한 우리의 만족도는 예전보다 떨어진 상태지만, 아이의 국제학교 부분과 수입적인 부분, 또 해외 생활 부분에서는 확실히 장점이 크다. 사교육 적인 부분에서는 한인타운 근처에 국제학교 교육 과정을 하는 학원과 예체능 학원도 있기는 하나 비용이 많이 비싼 편이고, 한정된 곳에 소수의 기관이 있다 보니 원한다면 제한된 선택으로 갈 수밖에 없어서 이용해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편은 주재원 생활을 하며 고생이 이만저만도 아니고, 이제는 한국을 갈 날만 꿈꾸고 있는 현실 직장인이다. 아프면 참아야 하고, 업무량이 상당한 편이다. 본인한테 물어보면 가장의 입장에서 "돈 빼고 아이 학교 빼고 다 별로야!"라고 하지만, 그래도 역시 또 해외살이를 꿈꾸는 거 보면, 해외살이의 매력은 중국이어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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