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정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나라
살면서 경찰을 이토록 자주 만날 일이 있을까. 중국에 외국인 신분으로 살면서 공안과 참 많이 마주쳤다. 우리가 그들을 필요에 의해 부르기도 하고, 그들이 우리를 방문하기도 했다. 3년간의 무자비한 코로나 통치 때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사회주의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 남은건 불쾌함 뿐이었다.
일단, 중국은 이사시에 또는 중국에 입국하면, 우리나라의 '전입신고'와 비슷한 시스테으로 관리사무소에서 나의 최근 입국 날짜와 여권 정보를 기록한 후, 내가 이곳에 살고 있다는 증명서를 떼서 동네 경찰서에 가서 '주숙등기'를 해야한다. 그렇게 정당하게 주숙등기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불시에 동네 지역 경찰서에서 집문을 두드려서 인구조사를 할 때가 있다.
그들은 늘 '주숙등기'의 종이를 달라고 해서 보여주고, 한 번은 우리가 주숙등기 종이를 찾지 못해서, 공안이 자신의 위챗 연락처를 나와 연결한 후 그쪽으로 주숙등기를 보내라고 했다. 일단 집에 경찰이 찾아오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온건지, 겁이 났다. 하지만 이런 횟수가 잦아들자, 자꾸 사람들을 의심하는 듯한 모습과 이사를 가지도 않았는데 계속 이런 조사를 벌이는 건지 귀찮아질 때가 많았다.
코로나 통치를 중국에서 제대로 겪은 사람들은 당시에 중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불만이 아직도 한가득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그런 케이스 중 하나이다. 계속 빈집에도 문을 두드리며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소리도 나중에는 노이로제가 된다. 올해 겪은 일로, 빨리 중국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가장 들었던 일이 발생했다.
여느 때처럼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중, 누가 문을 두드렸고, 소리를 듣지 못한 듯하자 더 세게, 더 빈번하게 문을 두드렸다. 보통 택배이면 두고갈 텐데, 무슨 급한 일인가 싶어서 평소에는 확인하던 작은 유리 구멍으로 누구인지 얼굴 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문을 열었다. 다름 아닌 작년에도 왔던 공안 무리 중의 한 여자 공안이 떡하니 서있었다.
고무장갑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서있는데, 공안은 외계어를 남발하며 어떤 종이를 내밀면서 묻기 시작했다. 그 종이에는 우리 가족의 영문 이름과 여권 번호가 있었고, 마치 "너희 집에 이 사람들 사는거 맞지?"라는 소리같았다. 맞다고 이야기했는데, 또 주숙 등기 종이를 요청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위챗으로 3명의 주숙등기 종이를 요청했는데, 왜 또 온거지하며, 나의 주숙등기 종이를 보여줬다.
그녀는 내게, '후자오'도 요청을 했다. 나의 여권. 여권은 또 왜지. 그 흰 종이에 이미 나의 모든 개인 정보가 적혀있는게 여권을 달라고 했다. '종이의 정보가 맞는지 여권과 대조를 해보려고 하나?'라고 생각하며 갑자기 주숙등기에 여권에, 집을 뒤져가며 여권을 보여줬다. 그런데 갑자기 그 공안은 나의 여권의 개인정보면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찍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건 내 예상에 없었다. 뭐지? 왜 여권을 이유도 없이 찍어가지?
그때 나의 기분은 내가 마치 범죄자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번역기로 들이대기 시작했고, 짧은 중국어로, 나 여기 산지 몇 년 되었고, 당신의 종이에 나의 여권 정보가 있는데 왜 찍냐고 묻고, 여권을 돌려달라고 했다. 위챗 기록을 보니 작년 5월에 이미 그들은 우리의 주숙등기 종이를 위챗으로 받았었다. 말이 안 되니 너무 답답했지만, 번역기의 도움으로 최소한의 소통은 가능했다. 하고 싶은 당시의 말을 하나씩 적어서 그녀에게 보여주고, 그녀도 번역을 해서 내게 보여주었다.
나의 입장 : 이미 당신들은 우리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 관리소에도 여권이 복사되어 있고, 주숙등기를 한 경찰서에도 우리의 정보는 다 이미 공개가 되어 기록으로 보관되어 있다. 왜 당신이 또 우리의 개인 정보인 여권을 사진으로 찍으려 하는지, 이미 정보를 내게 보여주었다. 이것은 사생활 침해로 느껴진다.
공안의 입장 : 우리는 지역 파출소에서 나왔고, 다시 주민 조사를 하고 있다. 당신만하는게 아니라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 모두에게 조사 중이다. 당신의 정보를 찍어가야 한다.
당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내 번역기의 현장.
뭐 어쩔 수 없지라며, 여권을 주고 내 여권은 그렇게 그녀의 핸드폰에 사진 찍힘을 당했다. 그녀는 집에 없던 아들의 주숙등기 종이와 여권도 요청했고, 심지어 출장가서 없는 남편의 정보는 자신의 위챗에 찍어서 정보를 보내달라고 했다. 점점 불쾌해졌다. 시간은 길어지고, 계속 죄인을 심문하는 듯한 기분이 들려던 그때, 나는 무언가 그녀의 몸에서 반짝거리는 빨간 불빛을 볼 수 있었다. 뒤늦게야.
바로 바디캠이었다. 세상에, 그녀는 내가 집의 현관문을 여는 순간부터 나의 얼굴과 손짓, 발짓, 모든 행동을 바디캠으로 찍고 있던 것이었다. 안그래도 여권 사진 요청과 계속 되는 가족들의 정보 제공으로 짜증이 나려던 순간, 이 모든게 그녀의 바디캠에 동영상으로 저장이 되고 있던 걸 알게 되자 스팀이 올라왔다.
와, 여기 무섭네. 내가 범죄자도 아니고, 이런식으로 마을을 돌면서 모두를 촬영하고, 심지어 촬영에 대한 사전 공지도 없이 그냥 마구잡이로 찍네. 머리 뚜껑이 열리고, 안 되는 말로 따지다가, 번역기를 들어서 이야기했다. "지금 나를 처음부터 촬영한게 맞는지, 왜 촬영을 하는지, 그럼 나도 당신을 찍어도 되는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점점 싫었고, 나의 여권에도 모잘라서 내가 마치 범죄자가 된 듯한 당시의 기분에 그녀에게, 나도 그럼 당신을 찍어도 되는지 물었다. 그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흔쾌히 찍으라고 하더니, 중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차렷'자세와 함께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아, 정말 지금 생각해도 싫다.
그렇게 나는 그 공안의 사진을 똑같이 찍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진이지만, 내가 이유없이 그들의 인물 정보 데이터의 한 페이지와 한 비디오를 장식했으므로 그에 대한 나의 소심한 반격이었다. 한국에서는 신분증을 보낼 때도 사진을 가리게 할 때도 많고, 개인 정보 공개에 대해서 굉장히 조심을 하는 편이다. 이렇게 경찰을 만날 일이 도로에서 교통 경찰 말고는 사실 잘 없다. '사생활'에 대한 나의 생각과 그들의 생각이 다른 이상,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이이다. 결국 순순히 출장간 남편에게 연락하여 주숙등기와 여권을 또 위챗으로 전송해주었다. 이곳은 중국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