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팀요? 카트 알바는 괜찮은,, 아니,, 캐시어,,

미국 마트 직종 고르다 혼비백산된 백수 결국,,,

by Mollie 몰리

첫 슈퍼마켓에서 background check를 기다리던 중, 내심 더 가고 싶던 두 번째 마트에서 연락이 왔다. 좁은 공간이 답답한 내게 큰 창문과 뭔가 밝아 보이는 햇살이 주는 분위기가 더 따뜻했다.

그곳 역시 직접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Mollie 씨죠? 여기 XX 마트인데요. 혹시 Meat team에서 일해볼래요?"

많이 당황했다. Meat? 고기? 정육팀?

고기라면 한국에서조차 국거리, 불고기용, 제육용과 간고기뿐이 아니던가. 한국에서도 포장된 거 조용히 집어서 사 보기만 나다.


"저기, 제가 Meat team도 지원을 했었나요? 그런데 제가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요. 혹시 직접 보고 제가 가능한지 결정해도 되나요?"

섣불리 한다고 했다가 기겁하고 도망칠 바에는 직접 보고 내가 책임질 수 있는지, 또 미국의 정육팀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지 환경이 궁금했다.

다행히 그는 흔쾌히 그러라며 감사하게 다음 날 약속을 잡고 내게 시간을 내주었다.


첫 마트와 다르게 뭔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존중해 준다는 느낌과 일 처리가 융통성 있어 보이는 느낌이 좋았다. 직접 만난 그와 악수를 한 후 마트의 정육팀을 둘러보며, 내가 고기를 자르는 butcher의 일도 해야 하는지,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그냥 간단히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고기를 주면 되는 일이라고 소개했지만, 카운터에 쓰여있는 여러 종류의 고기의 영어 이름들이 도저히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주문을 듣고도 못 알아들을까 봐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조심스레 입을 열며,

"죄송한데, 제가 미국 고기를 잘 몰라서요. 이건 좀 어려워 보이는 데 정말 쉬운 일은 없나요?"

"여기 있는 일들이 다 쉬운 일이긴 한데,,, 그러면,,," 그는 내게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고, 약속대로

"그러면 혹시 카트 모으는 알바는 가능한가요?"라며 전화가 왔다.


카트 밀기?

그거 그냥 사람들이랑 부딪힐 필요도 없고 말도 필요 없네? 그리고 기본 시급도 첫 마트보다 조금 더 높다. 하지만 이 시점은 첫 마트의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고, 일단 결과를 모르니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 뒤로 이메일로 카트 알바에 관련한 잡오퍼 메일과 담당 보스로부터 온보딩 절차가 오기 시작했다. 첫 마트보다 좀 더 프로세스가 잘되고 빠른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첫 마트에서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양갈래의 길에서 엄청 고민을 했다. 마트 환경은 두 번째가 좋은데 거리와 일은 첫 번째가 좋았다.

"조금 있으면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데, 내 나이는 50이 다 되어가고 아무리 일을 하고 싶다지만 내 체력이 안 될 것 같아. 아차, 무릎도 안 좋지? 또 거긴 차가 있어야 가는 곳이니 멀리 보고 일단 첫 번째 마트를 가자."


한 곳이 합격되자마자 간절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런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죄송하다고 메일을 보냈다. 결국은 내 예상과 다르게 첫 번째 마트의 배신으로 인해서 계획은 꼬여버렸고, 나는 다시 두 번째 마트에 한 번 매달려보기로 했다. 그들은 한 번 잡오퍼를 거절한 나를 버리지 않았고, 그게 또 더 감사했다.


"죄송한데요. 제가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혹시 그 자리가 아직 남아있나요?"

그 사이 그 자리는 누군가에 의해 채워졌고, 현재 나의 보스인 예전의 그는 내게 내가 지원가능한 파트타임 캐쉬어 자리가 있으니, 내가 하겠다고 결정하면 지원서를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오? 그럼 더 좋은 건데?

"There is a PT Time Cashier position you could apply for. If you decide to apply please email to let me know so we can pull your application.

Thank you."


그런데. 아, 모르겠다. 아무리 찾아도 캐시어 직종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 짧은 이메일에서 알 수 있는 현재 보스의 성격이 보인다.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소중한 줄 알고, 어떻게든 해결해 주고 도와주려고 하는 보스였던 거다.

"일반적인 관련 사항이 있으면 아무 곳에나 신청하시면 됩니다. 저희가 해당 신청서를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단, 지역을 확인하세요.

If you notice any general one you can apply to any of those and we can pull the active application. Just make sure it’s for..."


아무리 뒤져봐도 도저히 모르겠다. 온라인에서 헤매던 중, 그가 이야기한 캐시어 자리는 없었고, 음식 관련한 직종만 남아있었다. 캡처를 해서 스크린숏을 보내고 지원하지도 않은 예정자가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귀찮게 했다. 보스는 결국 내게, 현재 보이는 요리 직종 쪽에 지원을 하면 지원서를 끌어올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요리사 직책에 지원하시고, 댓글이나 다른 관심 직종에 "캐셔"라고 적어주세요. 그러면 담당자가 제게 지원서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거예요.

Apply for the cook and put in the comments or other interested jobs “cashier”. They can move your app for me."


하지만, 다른 팀 보스로부터 받은 대답은 일반 팀이 아닌 전문 팀 분야는 지원서 이동이 불가능하고, 채용 공고를 기다리다가 지원하라고 안내했고, 그때는 일반 팀이면 원하는 곳에 지원서를 이동시켜 주겠다고 덧붙였다.



아, 첫 번째 마트의 어이없는 고스팅으로 인해서 두 번째 마트 일도 꼬여버리고, 그렇게 2달간 시간을 허비하며 이미 여러 명과 인연을 만들어 놓은 그 마트의 공고가 올라오는지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이 마트에 더 가고 싶어 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마트와 달리 정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뭔가 더 활발하고 팀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공고가 올라오고, 이미 고스팅도 당해봤겠다, 시간도 몇 달 허비했겠다, 이제는 더 이상의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직종을 다 적어서 재지원을 했다. 이곳은 신기하게도 나의 성격 / 성향 파악테스트도 하며 내가 어떤 유형의 성격인지 평가 모델의 결과까지 제출했다. 1차적으로 사람을 거르려는 듯했는데 슈퍼마켓에서 이런 성격 테스트를 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단어가 쉬우면 쉬운 대로 무슨 뜻인지, 모르면 또 단어 뜻을 찾아가며 me / not me Test를 끝마쳤다. 나의 성격 결과와 상위 및 하위 Top에 대한 분석도 주어졌다.


드디어!!!

여러 직종 중에 한 직종의 잡오퍼를 다시 받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나를 도와주려던 보스를 다시 만났으며, 나와 이메일을 주고받던 사람들의 얼굴을 다 보고 알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첫 마트에서는 내가 경력도 없어서 그런지 시급을 좀 내렸지만, 이곳은 누구에게나 같은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미국 슈퍼마켓의 생소하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Shopper가 되었다. 평생을 전업주부로 집만 지키던 내가 이제부터는 드디어 미국에서 코 묻은 달러벌이에 나서게 되었다. 또 고스팅 해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지만, 채용 과정 전에 이메일 소통을 주고받았을 때의 신뢰감을 믿기로 했다.


믿어주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문 사진 : Krsten Winegeart,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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