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오너쉽의 그림자와 균형의 미학
신입사원 시절부터 나는 ‘현장소장의 마인드로 일하라’, ‘과장이지만 임원의 시각을 가져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어왔다. 이 말은 때로는 직원들을 더 부려먹기 위한 세뇌처럼 느껴졌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자세 덕분에 나 자신을 끊임없이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항상 한 단계 위의 시각으로 일하려고 했던 태도가 결국 나를 더 큰 책임감 있는 자리로 이끌었다. 이러한 마인드는 자연스럽게 내가 맡은 역할 이상의 일을 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성과와 성장을 경험했지만, 정작 해외의 업무 환경에서는 이질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들은 맡은 만큼만 일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며,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론 무책임해 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부럽기도 했다.
한국의 직장 문화는 ‘도 아니면 모’라는 극단적 구조 속에 있다. 과도한 책임감과 업무의 중압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쉽게 번아웃에 빠지고, 이는 질병이나 가족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편안한 삶에 죄책감을 느끼는 습관 속에 살고 있다. 쉬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멈추면 불안해한다. 삼일근무, 사일근무 같은 유연한 삶의 방식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회 안정망이 약하고, 조직 안에서 소속감이 곧 생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를 꿈꾸며 투자에 몰입했지만,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그 꿈이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오너쉽을 갖고 일하면 열정이 앞서 동료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고, 이는 의도치 않게 조직 내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다. 부하 직원의 업무 강도를 높이거나, 상사에게 부담을 주어 견제를 받기도 한다. 혼자 일하는 조직이 아니기에, 독선과 오만으로 비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조화와 균형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며, 가능한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 믿는다. 이를 위해선 자기 성찰과 인내가 필수적이다. 매일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점검하고 조율해가야 한다. 나 역시 그 길 위에 서 있다. 오늘도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