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남북의 시간, 다시 흐르게 하려면
오래전부터 북한의 개방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영양이 부족한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NGO를 얼마간 후원했던 소극적인 참여를 제외하고는 그 관심을 유의미한 행동으로 옮긴 적은 없었다. 한반도의 운명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어 남북 정부 모두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서로를 도울 수 없는 현실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껴왔다.
과거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이 세워졌고,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통해 남북 교류가 이루어졌으며, 수차례 정상회담도 성사되었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 가며 경제협력을 위한 대화도 이어졌다. 하지만 친미 반공 정권과 미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그동안 쌓아왔던 남북 협력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던 안타까운 경험 또한 있었다.
높은 정치·경제적 식견이 없어도 상식선에서 생각해 보면, 남과 북이 협력하면 여러모로 유익하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통해 국방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이를 경제와 복지에 사용할 수 있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과 천연자원을 접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낙후된 인프라는 남한의 기술과 자본으로 효율적이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으며, ‘섬’처럼 고립된 남한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러시아 가스관 연장을 통해 유럽 대륙과 연결되어 물류와 에너지원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또한 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강대국을 상대로 등거리 외교를 하며 실리를 챙길 수도 있다.
이런 장점 외에도 우리 민족의 미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리전이었던 한국전쟁 이후, 체제 경쟁 속에서 분단을 이용해 양국의 독재 정권을 공고히 해왔으며, 남한의 경우에는 독재 정권에 부역해 온 친일·반공 기득권 세력 역시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통일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게 양 체제의 공생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기회를 놓쳐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분단의 영구화가 초래한 현실과 왜곡된 역사관, 정치관에 여전히 세뇌된 채 레드 콤플렉스 속에 살아가는 오늘이 개탄스럽다.
어제 우연히 북한 여행에 대한 소책자를 읽었다. 내용은 빈약했지만, 굳이 통일이 아니더라도 남북 간 왕래가 가능해진다면 북한의 관광자원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과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의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다는 ‘개마고원 트레킹’ 챕터를 읽을 때는 기대감으로 설렜다. 아름답지만 다소 단조로운 남한의 산에 비해 더 높고 더 자연의 원형을 간직한 북한의 산은 남한의 수많은 등산 동호인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숙박과 식당 인프라가 부족한 북한의 관광지에, 최소한의 화장실과 식수 공급 시설을 갖춘 야영장을 적은 투자로 개발한다면, 남한의 아웃도어 인구가 대거 북한 관광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민간 교류와 경제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더 복잡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남북문제를 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북한의 입장을 다시 호의적으로 되돌리는 것도 큰 과제다. 하지만 공생이라는 목표를 명확히 갖고 신뢰를 쌓아간다면, 남북 관계는 어느 순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부의 대북 관계 개선 노력을 응원하며, 개인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도 하나하나 찾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