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도시에서의 우정과 성장
건설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해외 지사와 현장에서 일할 기회가 많았다. 중동 지역인 아부다비, 두바이, 리야드에서 도합 10년간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해외생활을 했다. 돌이켜보면 중동에서 보낸 그 시절은 우리 가족에게 유익한 경험이었고, 행운이었다.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주로 도시에 거주하며, 그들 대부분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중산층이다. 다시 말하면, 전 세계에서 온 중산층 이상의 전문직 종사자들을 밀도 높은 도시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들 대부분은 가족과 함께 체류하기 때문에 가족 단위로 교류할 기회가 많다.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는 경우, 퇴근 후 바에서 맥주 한잔,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 또는 주말 골프 모임이 일반적인 교류 방식이다. 반면, 가족 단위로 교류가 이루어지면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어머니들은 티타임을 즐기며 대화를 나눈다. 또한 부부 단위로 서로 초대하여 각자의 나라 음식을 대접하고 문화를 나누는 경우도 많다. 친한 커플들끼리는 함께 주변국을 여행하며 며칠을 함께 지내며, 서로의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관계를 돈독히 하기도 한다.
우리 가족이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의 대도시에 거주했다면 현지인들과 어울리기보다 한인 사회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중동에서는 현지인을 접하기 어려워,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다. 100명 규모의 파티에 참석하면 최소 30개 이상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비교적 인구가 많은 영국인들도 자신들의 커뮤니티 내 ‘가십’을 피하고, 주말까지 직장 동료와 마주치는 것을 꺼려 ‘멀티내셔널 그룹’에 참여하곤 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떠난 지는 20년이 되었고, 리야드를 떠난 지도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에 정착했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옛 친구들과는 여전히 SNS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서로를 방문하며 몇 주씩 머물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우정을 이어왔다. 올해는 친구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제 모두 은퇴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의 왕래는 더욱 빈번해질 것 같다. 오랜 친구들이라 10년 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본 것처럼 편안했다. 친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중동에서 일한다고 하면 살인적인 더위와 황량한 사막만을 떠올리며 안쓰러운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거주했던 세 도시 외에도 도하(카타르), 바레인, 제다와 담맘(사우디), 쿠웨이트시티(쿠웨이트) 등에서도 비슷한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자녀들이 현지의 국제학교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결혼 후 첫 해외 근무지가 중동이었다는 사실이 요즘 더욱 감사하게 느껴진다. 노년을 맞이한 지금,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옛 친구들과의 재회를 기대하며, 체력을 유지하고 지적 호기심을 키워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