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즐거움이 우선이다
살아오면서 책을 읽는 방식은 계속 변해왔다. 다독과 정독 사이를 오가다 보니, 요즘은 눈에 잘 들어오는 책을 위주로 읽고 있다. 어떤 책은 읽는 동안 머릿속에 딴생각이 가득 차서 그저 페이지만 넘길 때가 있다. 예전에는 끝까지 읽었지만, 요즘은 내가 아직 책 내용을 소화할 준비가 안 되어 있거나 책이 쓸데없이 어렵게 쓰였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덮는다.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 쌓여 있는데 굳이 고통스럽게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인지 철학서적조차 쉽고 흥미롭게 풀어놓은 책을 더 선호한다. 생각해 보면, 실력 있는 교수님들은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귀에 쏙쏙 들어오게 강의하셨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책에 어려운 단어와 낯선 표현이 많고, 인용구가 지나치게 많으면 오래 읽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저자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목적은 저자의 깨달음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십여 년 전 세운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사자. 어차피 한 달에 10만 원 이상 쓰기는 힘들다. 그래서 동네 도서관이나 전자도서관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신간은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한다. 요즘은 오디오북으로도 책을 들을 수 있고, 전자책 리더기의 성능도 좋아져서 수백 권을 얇고 가벼운 기기 안에 나만의 서고로 만들 수 있다. 책이 너무 많아 선택장애가 올 정도로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한편으로는 고전을 다시 읽고 싶다.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데미안』이나 『죄와 벌』 같은 책은, 산전수전을 겪은 지금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괜히 고전이겠는가? 허접한 책을 집어 들었다가 기회비용만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직은 신간에 더 손이 가지만, 나이가 들수록 고전을 찾게 될 것 같다.
나에게는 독서의 즐거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특정 지식이나 철학을 얻지 못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나만의 방식으로 책을 즐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