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인사는 이제 그만
최근 쿠팡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이 다시 한 번 드러나고 있다. 쿠팡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들을 집중 공략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고, 지금도 같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대관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관계 부처 출신 공무원들을 대거 영입해 활용해 왔으며, 전관예우의 생태계를 교묘하게 이용해 왔다. 여기에 김앤장이라는 대형 로펌의 자문을 통해 전략과 조직을 탄탄히 구축해 온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의 한 축인 전·현직 공무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투자해 왔고, 검찰과 공정위, 노동부의 직·간접적 협조를 받았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배 엘리트와 자본이 어떻게 서로를 도우며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동시에 엘리트 집단의 무책임하고 저열한 민낯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이번 일을 단순히 “운이 나빠 걸린 사례”로 치부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쿠팡의 행태는 그들만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외국 자본들이 반복해 온 방식의 축소판에 불과하다. 자국에서는 결코 시도하지 않을 일들을, 공무원 사회의 부패와 법의 허점을 악용해 저질러 온 것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로펌을 앞세워 로비를 일삼고, 문제가 되면 사법부 로비를 통해 빠져나가는 구조가 오랫동안 작동해 왔다.
근본적으로는 돈과 힘을 숭배하는 물질만능주의와 왜곡된 능력주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가 문제다. 이를 성찰하고 바로잡아야 할 도덕·윤리 교육의 부재 역시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회전문 인사’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전관예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청탁과 특혜, 묵인을 통해 특정 집단에 부당한 이익이 제공되어 왔다. 문제가 발생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도, 같은 생태계 안에서 다시 보상받는 구조가 작동하니 당사자들은 별다른 리스크를 느끼지 않는다.
같은 기업이 자국에서는 이런 행태를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법적 책임이 훨씬 무겁기 때문이다. 이번 쿠팡 사태 역시 소비자들의 ‘탈팡’이나 단순한 불매 운동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하며, 이를 방해하거나 비호한 내부 세력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제도적으로 전관의 재취업을 제한해 전관예우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대관’이라는 이름의 불법 로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면 분노가 치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도대체 언제쯤 이 땅에 정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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