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우선이 되는 사회 분위기는 언제쯤 올까
몇 년에 한 번씩 군대를 다시 가는 악몽을 꾼다. 아마도 그 시절의 스트레스가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다. 어젯밤에는 가족 휴가를 반납하는 꿈을 꾸었다. 출국 직전 공항 카운터 앞에서, 휴가를 못 가게 되었다고 아내에게 설명하는 절망적인 내 모습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기억난다. 군대를 다시 가는 수준의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그 정도로 극적이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출국 이틀 전에 휴가를 포기하고 가족들만 유럽 여행을 보낸 적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미팅이 있거나 바쁠 것 같으면 휴가를 미루는 것이 일상이다. 아내도 그러려니 한다. 재택근무와 원격 회의 환경이 잘 갖춰진 오늘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근면 성실’이라는 표어 아래 살아가고 있다.
해외에서 유럽인들이 한 달 가까운 여름휴가를 쓰거나, 휴가를 기준으로 비즈니스 일정을 조정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생경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개인 성과주의와 유연한 고용 환경이 그런 휴가 문화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아직까지는 나에게도 낯설다.
직장을 우선하며 한국의 가장들은 집 안에서의 권위를 아내에게 넘겨주고, 점점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 왔다. 아이들이 자라며 맞이한 중요한 순간마다 아빠는 야근이나 회식 자리를 지켰고, 주말에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느라 소파에 누워 TV를 멍하니 보냈다. 남자들이 나이가 들어 자녀에게, 심지어 아내에게까지 무시당하고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현실에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그것은 결국 스스로 치러야 할 후과일 뿐이다.
요즘 젊은 아빠들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면,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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