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이케아 (IKEA)

속도와 행복의 상관관계

by 장기혁



이케아(외국인들은 ‘아이케아’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매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가 25년 전인 2001년, 아부다비에서였다. 한국은 2014년에 광명에 처음 생겼다고 한다. 지난주에 고양 이케아를 갔었는데 제품의 배치나 콘셉트는 25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매장 중간에 위치한 식당에서 미트볼 스파게티와 연어 샐러드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비상장 가족기업이라서 그런지 개성과 전통을 중시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중저가의 조립 가구로 유명한 이케아 DIY 가구는 한국인과 맞지 않는 면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거의 75년 넘게 준전시 상태로 고속 경제 성장을 한 한국은 매뉴얼보다는 현장에서 즉시 대응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은 직장에서나 일상에서 매뉴얼(심지어는 계약서조차도)을 보지 않고 바로 기계를 돌리거나 물건을 사용한다. 어쩌면 인간의 직관을 믿고 매뉴얼을 제공하지 않는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인의 정서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하지만 이케아 가구를 매뉴얼을 찬찬히 보지 않고 바로 조립에 들어가면 반드시 재조립해야 하는 낭패를 본다. 그걸 알면서도 번번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 보면 '빨리빨리'와 임기응변 DNA가 한국인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장단점이 있다는 얘기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생존해야 했던 우리 조상들은 근면 성실은 기본이고 빠르고 융통성 있게 일상을 살아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진득하게 앉아서 매뉴얼을 읽고 계약서 문구를 찬찬히 따지는 건 사치라고 여겼던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빨리빨리'와 임기응변이 폐해라고 여겨졌으며 바로잡아야 하는 구습이었다. 하지만 요즘같이 하루하루 빠르게 변해가는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한국인의 특성이 장점이 되고 있다. 한국은 요즘 막강한 제조업의 강자 독일보다도 탱크와 잠수함을 빠르고 경제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트렌드를 빠르게 쫓아가며 대중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물론 부작용도 많지만 장점이 훨씬 많아서 한국인의 특성이 글로벌 경쟁력의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 가지 찜찜함은 이 질문에서 나온다. 한국인은 지금 행복한가? 너무나 바쁘고 여유 없는 삶을 열심히만 살아내고 있는 게 아닌가? 나의 부지런함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면 많은 한국인은 "그냥 하는 거지 뭐,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어딨 냐"라고 반문한다. 그러다 ‘멘붕’이 오고 가족 관계가 파괴되고 건강을 잃는 경우가 많지만, 회복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경우가 많다. “나는 행복한가?”와 “이 일은 나의 행복에 기여를 하는가?” 같은 질문을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다 같이 여유 있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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