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도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오래전 아부다비에서 근무하던 시절, 외국인 가족들과 개인적으로 교류할 기회가 많았다.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아 그들의 집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스터디’라는 이름의 남자만의 공간이었다. 1층에 있는 조그마한 방에 책상, 책장, 안락의자 등을 갖춰 놓고, 남자들이 퇴근 후 혹은 주말에 그곳에서 자신만의 시간과 물건들 속에 조용히 머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에 비해 한국 남성들에게는 자기만의 공간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경우 거실 소파가 유일한 쉼터일 뿐이다. 여분의 방이 있어도 대개는 옷방으로 사용되고, 남자의 공간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아예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에서 나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사랑방과 차고, 그리고 절반쯤은 거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나만의 공간’은 아닌 듯하다. 그 공간 안에서는 무엇이든 방해받지 않고,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소음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요즘 집을 하나 더 짓는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프라이버시가 다소 부족하다. 지하실이든, 옥탑방이든 어디든 좋다. 확실한 ‘내 공간’이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 안에서 음악도 마음껏 듣고, 노래도 부르고, 영화를 보고, 전화 통화도 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