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상의 무료함으로부터 탈출을 꿈꾼다
출근길에 가끔, 일탈을 꿈꾼다.
예전, 남대문에 있는 직장에 다닐 때는 김포공항과 서울역을 거쳐 출근했었다. 그 한 시간여의 시간 동안 자주 상상했다 것이 김포공항에서 표 한 장 끊어 무작정 제주도로 떠나는 것. 혹은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버리는 것. 아니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강릉이나 부산, 목포로 훌쩍 떠나는 그런 하루. 즉흥적으로 연차를 내고,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 가는 대로 어디론가 떠나는 짜릿한 일탈이었다. 그런 상상을 하며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늘 현실 앞에서 멈췄다. 상상은 상상일 뿐이었다.
오늘도 출근길에 같은 유혹이 찾아왔다.
영종대교를 건너기 전, 정서진으로 빠져볼까 하다가 지나쳤고, 다리를 건넌 후엔 예단포로 들어가 볼까 하다 또 지나쳤다. 삼목선착장에서는 배를 타고 신도나 장봉도로 떠나볼까 고민했지만 결국 포기했고, 무의도로 방향을 틀까 하다 결국 10시 미팅이 떠올라 사무실로 향했다. 그깟 미팅, 빠져도 되는 거였는데. 오전 반차를 내고 바다를 보며 한숨 돌려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몸은 이미 사무실을 향하고 있었고, 내 안의 자기 검열과 ‘직장인의 본능’은 여전히 견고했다. 작은 일탈 하나가 삶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텐데, 이번에도 상상으로만 끝나 아쉽다. 그래서 요즘, 다음 주에 한 번쯤은 진짜 일탈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몇 해 전,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하이킹과 캠핑을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그 짧은 일탈이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점심시간 산책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좋은 루틴이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점심을 함께 먹기 시작하면서 그 산책 루틴은 깨져버렸다. 평화는 사라졌지만, 대신 동료들과의 우정이 생겼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가 보다.
그래도 나는, 내일 또 다른 소소한 일탈을 꿈꾼다. 삶은 가끔, 아주 작고 사소한 탈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