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파티 때 입는 그 옷
얼마 전 생애 두 번째로 턱시도를 꺼내 입었다. 10년 전 리야드 구시가지의 오래된 테일러샵에서 맞췄었는데 상태가 아주 멀쩡했고 맞춤옷이라 그런지 여전히 내 몸에 잘 맞았다.
드레스 코드가 ’블랙타이‘ 인 ball (볼륨댄스 할 때 그 ‘볼‘이다.) 같은 행사에 참석하려면 턱시도에 보타이를 매는 게 기본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입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딸내미 결혼식까지는 충분히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이번 생은 이 턱시도 한벌로 충분할 것 같다.
근데 행사장에 도착해 보니, 초대받은 직원들 중에서 나만 유일하게 턱시도와 보타이 차림이었다. 외국인도 서너 명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정장 양복에 넥타이를 매거나 재킷에 노타이, 심지어 흰 운동화 차림이었기에 살짝 뻘쭘했다. 그래도 맞춤 양복이라 그런지 내 몸에 잘 맞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멋스럽게 느껴졌다.
턱시도와 보타이는 서양 문화의 산물이지만, 서양식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는 행사에 걸맞게 차려입고 참석하는 것도 좋은 경험인 것 같다. 특히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덕분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중후해 보일 것이다. 또다시 턱시도를 걸칠 기회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