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끝

우리는 왜 워라밸을 추구해야 하는가

by 장기혁



오랜만에 6일간의 연휴를 누렸다. 징검다리 연휴 사이에 연차를 내서 얻은 긴 휴식이었다. 명절을 제외하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연휴 중 비가 내려 야외활동은 다소 제약이 있었지만, 실내에서 독서와 영화, 음악 감상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의 삶을 위한 계획도 세우며 뜻깊게 보낼 수 있었다. 바쁘게 일정을 채우는 여행도 좋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이 오히려 나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한국은 전후 압축성장기를 거치며 ‘노는 것’에 죄책감을 심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 왔다. 쉬는 시간마저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새벽부터 렌터카로 장거리를 이동하며 일정을 소화하고, 렌터카 회사 직원들이 높은 주행거리를 보고 “한국인이 다녀갔구나”라고 짐작할 정도라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리조트 수영장에서 독서나 낮잠을 즐기는 서양인들을 보며 ‘저럴 거면 왜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있다.


2000년대 초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우리 사회에도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여전히 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남아 있지만,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워라밸’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OECD 국가 중 멕시코와 함께 한국은 여전히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지만, 노동생산성은 상위 10위권에 들지 못한다는 현실은 우리 모두에게 더 이상 ‘양’의 시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준다.


한국은 식민지배와 전쟁을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는 여러 세대에 걸친 국민들의 헌신과 희생의 결과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한경쟁이 낳은 인간성 파괴, 개성 말살, 상시 불안과 정신건강 위기, 그리고 공동체의 붕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앞으로 우리가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유럽의 사회민주주의가 보여주는 투명하고 평등한 복지 시스템이다. 우리는 천민자본주의와 귀족주의의 틀을 넘어, 더 나은 제도를 위한 개혁과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미국 중심 질서에 종속되어 있으며, 자본의 논리와 특권 계층의 이해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나아가 파시즘적 흐름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현실이다. 20세기 초 유럽에서 파시즘이 어떻게 인간성과 민주주의를 말살했는지를 돌아보며, 우리는 더욱 깨어 있어야 한다.


정치는 삶과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다. 투표는 물론,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고,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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