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그 15년의 압축성장을 체감하다

by 장기혁



얼마 전, 십수 년 만에 싱가포르를 다시 찾았다. 90년대 말 잦은 출장으로 익숙했던 도시였고, 2010년 출장 이후 처음 방문하는 자리였다. 그 사이 싱가포르는 쉼 없이 발전해 왔고, 이번 4박 5일 동안 도시 곳곳을 부지런히 돌아보며 변화의 깊이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예전부터 금융, 물류, 교통, MICE 산업을 국가 발전의 중심축으로 삼아 왔다. 이번 방문을 통해 놀라웠던 점은 그 기조가 단단히 정착되었을 뿐 아니라, 문화예술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래된 대법원 건물을 리노베이션 한 국립 미술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대규모 공연장 등을 둘러보며, 이 도시가 하드 파워에 이어 소프트 파워 강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느낌을 받았다.


90년대 말, 싱가포르에서 일하던 당시만 해도 한국이 더 앞선 국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 행정, 도시계획, 정책 투명성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싱가포르가 한 발 앞서 있는 듯했다. 개발독재의 효율성과 도시국가의 장점을 극대화한 결과로 보였다. 특히 공무원 집단의 전문성과 시스템이 인상 깊었다. 명확한 국가 방향성과 일관된 전략 아래 경제를 집중 육성해 온 흔적이 도시 전반에 배어 있었다.


또한 곳곳에서 한국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글 간판이 거리마다 눈에 띄고, K-컬처 열풍 속에서 정착한 한국 식당들이 손님들로 북적였다. 자랑스러운 동시에, 너무 상업적인 접근으로 인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스쳤다.


싱가포르는 자원이 없는 나라다. 식수부터 생필품까지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한다. 그렇기에 금융, 물류, 쇼핑, 관광 등 산업에 집중했고, 인적 자원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꾸준히 해왔다. 이번 여행은 우리나라와 싱가포르를 비교하며, 우리도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게 해 주었다. 다만, 정치적 혼란과 기득권 세력의 무능으로 흔들리는 현재의 상황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