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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위 Feb 02. 2017

티베트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해발고도 4천~5천 미터의 고산준봉을 넘고 또 넘어
밤이 되어서야 간신히 나무춰에 닿을 수 있었지요.
.
심한 두통과 배앓이, 오한에 시달렸던 불면의 밤.
간신히 잠들었다 밖으로 뛰쳐나와
속세의 욕망을 뱉어내 듯 모든 걸 게워낸 후,
젖은 눈으로 바라본 밤하늘엔 별이 얼마나 많던지...
.
티베트 말인 나무춰는 ‘천호(天湖)’를 뜻한다던가요.
이름 그대로 하늘에 맞닿은 호수의 밤하늘은
온몸을 땅에 던지는 오체투지로 만리 길 걸었을
수행자들의 눈물처럼 많은 별들로 가득했습니다.
.
이튿날 아침,
짭쪼름한 함수호에 파도가 치고
갈매기가 하늘을 나는 기이하고 낯선 풍경이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광막한 고원 위에 '창백한 푸른 점'처럼 찍힌
여행자도 보았지요.
.
티베트로 떠났던 십여 년 전의 내 모습을
사진 속의 여행자에게 비추어 봅니다.
.
스스로를 고립시켜 보려했던
어리석은 나를 떠올려 봅니다.
.
끝내 혼자일 수는 없었던
어린 나를 복기해 봅니다.
.
고민하다가
금세 의기소침했다가
또 다시 고민하는 나조차 잊었던
내가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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