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비늘처럼 반짝이던
한려수도 물길

by 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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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림잡아도 서울에서 팔백리

천안 대전 무주 산청 고흥을 거쳐

호남과 영남 사이를 꿰뚫고 난

그 멋없고 지리한 고속도로를 지나야

닿을 수 있는 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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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은 손목이

시큰해 올 무렵에야 비로소

섬들 사이, 햇살에 잠긴 한려수도가

어판장의 생선 비늘처럼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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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절 통영의 바다는

무엇이 그리 특별하길래

여행자들은 이 고생을 해가며

먼길 달려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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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경리가 태어나고

청마가 성장한 바다.

전혁림이 캔버스로 삼았던 그 바다에는

거제 옥포와 남해 노량을 잇는

코발트빛 한려수도가 중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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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보이, 시인 백석이

사랑하는 여인 '난'을 찾아

여러 차례 헛걸음을 했던 갯가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그 바다의 겨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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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긋한 사랑의 언어를 닮았고

비정형의 회화 같으며

더러는 김춘수의 육필원고를 읽을 때처럼

가슴을 두방망이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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