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림잡아도 서울에서 팔백리
천안 대전 무주 산청 고흥을 거쳐
호남과 영남 사이를 꿰뚫고 난
그 멋없고 지리한 고속도로를 지나야
닿을 수 있는 먼 바다.
.
.
운전대를 잡은 손목이
시큰해 올 무렵에야 비로소
섬들 사이, 햇살에 잠긴 한려수도가
어판장의 생선 비늘처럼 반짝인다.
.
.
대관절 통영의 바다는
무엇이 그리 특별하길래
여행자들은 이 고생을 해가며
먼길 달려가는 것일까?
.
.
소설가 박경리가 태어나고
청마가 성장한 바다.
전혁림이 캔버스로 삼았던 그 바다에는
거제 옥포와 남해 노량을 잇는
코발트빛 한려수도가 중첩된다.
.
.
모던 보이, 시인 백석이
사랑하는 여인 '난'을 찾아
여러 차례 헛걸음을 했던 갯가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그 바다의 겨울은
.
.
나긋한 사랑의 언어를 닮았고
비정형의 회화 같으며
더러는 김춘수의 육필원고를 읽을 때처럼
가슴을 두방망이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