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움 & 채움

(에세이) 때론 마음을 비워야 채워진다

by 황윤주

비움

채움

사람들은 흔히 비워야 채워지고 채워야 비워진다고 한다.

맞는 얘기다.

살면서 마음을 비워야 하는 순간들이 참 많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들도 참 많다.

그걸 알면서도 실천하기란 더 어렵다.

그것은 내가 신이 아니고 한 인간이기에 사사로운 마음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그런 순간이 있다.

때론 질투심이 생기기도 하고,

때론 이기적인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때론 너그러워지기도 한다.

내가 비움과 채움을 몸소 실천하고 깨닫기까지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왔다.

그 한 예로,

어디서 돈이 들어올 것이 있다면,

정확히 그 정도의 돈이 쓸 곳이 반드시 생겼다.

그렇게 살아온 것이 몇십 년의 세월 동안 그랬었다.

참 신기하고 또 신기했었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돈이 들어올 것이 생겨도 크게 기뻐하지 않았었다.

이유는 어차피 돈이 새어나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항상 무슨 일이 생기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 예상은 이상하리 만큼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돈에 대한 욕심을 크게 갖지 않고 살아온 이유 중에 하나이다.

통상적으로 1+1=2가 되어야 함에도 우리는 늘 제로이거나 마이너스가 되었다.

물론 수학적인 논리만 아니라면 1+1=3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내가 집착하면 할수록 점점 더 상황이 꼬여감을 깨달았다.

마음을 비우고 모두 내려놓았을 때 엉켰던 실타래가 풀리듯 오히려 더 잘 풀렸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도 편안해지고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고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는 웬만한 일로는 화를 내지 않았었다.

어떤 일이든 삼세 번이라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원칙을 세워놓고,

마음에 참을 인(忍)을 세 번 쓰고 난 후,

그래도 마음에서 용서가 안되면 그땐 기어코 짚고 넘어가는 성격이었다.

어떻게 보면 피곤한 성격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 삶의 원칙이었다.

그러한 나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지나치리 만큼 나를 마구 흔들어댔다.

처음 그러한 순간을 직면했을 땐,

조용히 숨죽이고 가슴을 억누른 체,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울어야만 했다.

베개가 눈물로 다 적셔질 때까지 울고 또 울었었다.

참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내가 그렇게 울며 사는지 몰랐었다.

세월이 가면서 낙엽이 쌓여가듯,

켜켜이 쌓여가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차츰 주변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그런 일상들을 겪으면서 나는 내 마음속에서 덧셈, 뺄셈을 하게 되었다.

간혹 마음을 비우기도 하고, 채우기도 하면서 마음에 생긴 근육이 단단해져 갔다.

그리고

조금씩 내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여자는 참고 살아야 한다."던 친정어머니께서 하루는

"개도 무는 개를 돌아다본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곰곰이 그 말의 의미를 되새김질을 해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소리 없는 외침을 하고 혼자 속앓이를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모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이전까지는 '세월이 가면 알아주겠지. 진실은 밝혀질 거야.'라고 생각하며

참는 게 미덕인 줄 알았다.

인생무상(人生無常)

삶의 회의

이 말이 자꾸만 뇌리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어느 날 길을 가다 우연히 절에 들르게 되었다.

불상 앞에서 절을 한 번 할 때마다 내 마음속에 있던 아픈 기억과 상처들을 하나씩 비워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마음을 하나씩 채워갔다.

그렇게 백팔배를 모두 하였다.

비록 온몸은 땀으로 젖어들었으나 마음은 개운하고 머리는 맑아짐을 느꼈다.

절을 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속이 후련하였다.

그때 비로소 비움과 채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모든 걸 다 쏟아내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더 맑아 보였다.

그렇다고 하여 내가 성인군자가 아니기 때문에 순간순간 화가 나고, 감정이 격해지기도 하고

쌓이기도 한다.

다만, 결과야 어떻든 노력을 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그러나 말년은 편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고생을 안 하고 살면 좋겠지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 한가?

젊어서는 무엇을 하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나이가 들면 그런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젊어서 많은 경험을 해 보라는 뜻, 열심히

살라는 뜻으로 생각했다.

무엇을 손에 넣으려고 하면 놓치고,

놓으려고 하면 잡힌다는 말도 있듯이,

비움과 채음을 적절히 잘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인생을 자로 잰 듯 무 자르듯이 살 수만은 없다.

대인관계, 인간관계에 있어서 특히 마음을 비워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럴 때일수록 비움과 채움을 적절히 잘해야 원만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좋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마음속에 있는 어리석음을 비워내고 현명한 지헤로움을 채워 넣는다면,

우리의 삶과 생활이 훨씬 좋아지리라 생각한다.

비단 물건을 비우고 채우는데 국한시킬게 아니라 우리의 인생을 적절하게 비우고 채우며

살아가면 어떨까 한다.

부피만 큰 삶이 아닌 작지만 내실 있는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한다.

비움!

채움!

실천하는 삶으로 편안한 행복을 누린다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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