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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에서 피어난 꽃

(소설) 삼총사가 되어

by 황윤주

제6 화


늘 혼자,

외톨이처럼 그랬던 아이,

희경은 매일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오고 간다.

재잘재잘 재잘재잘,

뭐가 그리도 할 말이 많은지 얘기 장단이 끊이질 않는다.

친구들 중에 유난히 말 잘하는 연지라는 아이.

연지는 매일 친구들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놓는다.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고 와서 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어찌나 이야기를 실감 나게 잘하는지 아이들 모두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그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 듣는다.

희경이는 그때까지만 해도 동화책이 있는 것도, 그 책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학교 교과서만 잘 읽고 공부하면 되는 줄 알았다.

연지가 들려주는 이솝우화.

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친구들은 신이 나서 늘 연지와 함께 붙어 다녔다.

희경이는 한 번도 동화책을 보거나 읽은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언제나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어갔다.

흥밋거리가 하나 생긴 샘이다.


어느 날

희경이는 사촌 경애 그리고 영숙이,

이렇게 셋이 삼총사가 되었다.

삼총사가 된 후로 매일 붙어 다니며 함께 놀았다.

집에 서로 놀러 가기로 하였으나 학교에서 가까운 영숙이네를 주로 갔다.

영숙이네 집 화단에는 항상 예쁜 꽃이 가득 피어있었다.

그중에서도 오렌지빛 금잔화와 갖가지색을 한 채송화가 희경의 마음에 쏙 들었다.

삼총사는 화단 옆에 앉아 노래도 부르고, 고무줄놀이도 하며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매일매일 함께 다녔다.

같이 있는 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이 가득했다.

웃음도 끊이질 않았다.


학교 운동장 담장 밑에 커다란 연못이 있었다.

커다란 비단잉어와 노랗고 빨간 금붕어들이 이리저리 헤엄쳐 다닌다.

입을 벌려 뻐끔뻐끔 먹이를 먹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희경은 매일 한 번씩 꼭 들른다.

그리고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본다.


미끄럼, 뺑뺑이, 정글짐, 시소, 그네, 철봉이 있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하늘 높이 올라가는 그네를 탈 때면 가슴이 오그라졌다 펴졌다 한다.

집에 갈 생각도 잊은 채,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푹 빠져 놀았다.

헌 집 줄게 새집 달라며 손등 위에 모래를 잔뜩 올려서 다독거려 두꺼비집도 지었다.

놀다가 더우면 커다란 미루나무 그늘에서 땀을 시키기도 하였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매일 그렇게 몰려다니며 놀았다.


학교 건물 바로 뒤에는 예쁜 뒷동산이 있었다.

사계절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그래서 가끔 뒷동산에 올라가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해마다 여름이면 뒷동산에 송충이가 많아서 여기저기 기어 다닌다.

그러면 선생님과 아이들이 송충이 잡으러 산으로 올라간다.

송충이를 잡는 동안 갑자기 머리 위, 어깨 위로 툭 떨어져 소스라치게 놀란다.

처음에는 무섭고 징그러웠다.

어떤 때는 스멀스멀 목에도 기어 다닌다.

그러면 기겁을 하고 털어낸다.

송충이는 털이 보송보송 나 있다.

색깔도 노르스름하였다.

나무젓가락으로 한 마리씩 잡아서 통으로 넣었다.


새침데기 희경은 차츰 학교 생활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삼총사는 물론,

다른 친구들도 몇 명 사귀었다.

그렇지만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는 것 빼고,

여전히 자리에서 꼼짝 않고 붙박이 마냥 의자에 찰싹 붙어 있다.


여러 악기를 배우는 음악 시간이 즐거웠다.

짝짝이, 트라이앵글, 리코더, 소고, 심벌즈, 탬버린, 큰북, 작은북 한 번씩 바꿔가며 연주를 하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

합주를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한 번은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 연극을 하게 되었다.

희경이 스크루지 영감역을 맡게 되었다.

난생처음 해보는 거라 많이 떨렸다.

어색하고 쑥스러웠지만 재미있었다.

연극을 하기 위해 분장도 하였다.

아이들은 모두 숨죽이며 집중해서 보았다.

연극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성공이었다.

희경은 기분이 엄청나게 좋았다.

배시시 웃음도 나왔다.

평소 말이 없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연기를 실감 나게 잘했다.

그때부터 아이들이 희경을 달리 보게 되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부도 점점 어려워져서 혼자 하기 힘들었다.

낱말뜻이나 게산이 특히 어려웠다.

다른 아이들이 전과를 보며 숙제하는 걸 보고 아버지께 사달라고 하였다.

한결 수월했다.

문제집도 사주셔서 혼자 공부하기 좋았다.

문제를 혼자 풀고,

혼자 채점하고,

틀린 것 다시 풀어 보면서 차츰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희경은 서울 물을 마시면서 시골티를 조금씩 벗기 시작했다.

집안 환경도 조금 나아졌다.

가족들 표정도 한결 편해졌다.

희경은 매일 밤마다 소원을 빌었다.

착하게 살게 해달라고.

그리고 커서 과학자가 되겠다고 다짐도 했다.


희숙은 열심히 일하면서 미싱을 배운 탓에 마침내 미싱사가 되었다.

난생처음 기술자가 되었다.

희숙은 뛸 듯이 기뻤다.

마치 하늘에 붕 떠있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도 희숙을 좋아했다.

그리고 축하해 주었다.

희숙은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손으로 옷을 만들고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비록 학교를 다니면서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일을 배우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드르륵드르륵 박고 또 박고,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좋았다.

눈썰미, 손재주가 있어서일까?

실력이 날로 늘었다.

일하는 내내 즐거웠다.

희숙은 자신을 믿고 일을 하게 해 준 사장님이 고마웠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다.

희숙은 일을 하면 할수록 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그런 희숙에게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퇴근 후,

집에 가는 희숙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날아갈 것만 같았다.



*다음화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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