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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유를 찾다

(에세이) 일상 속에서

by 황윤주

어느 순간부터 내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한 남자의 아내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없었고,

누구의 아내 그리고 엄마,

누구의 며느리로 항상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래서 나보다는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 살아야 했다.

종종걸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온 세월이 아득하리 만큼.

새벽 4시에 일어나 밥 하는 것을 시작으로 잠들 때까지 나를 잊고 살아왔던 것 같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가 몸이 아파 몇 개월 동안 일어서서 걷지 못할 때

호사를 누려본 것 같다.

그것도 아들의 도움을 받아 누릴 수 있었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 아닌 또 다른 내 아이의 희생이 뒤따라야 했다.

학교를 휴학하고 나와 시어머니를 위해서 간병과 살림을 병행하면서 또 다른 나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힘들고, 버겁고, 괴로울 땐 방에서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면서 스스로를 달래는 것 같았다.

그런 아들한테 한없이 미안했다.

어쩜 내 모습을 아들에게서 느끼고, 엿볼 수 있는 그 안타까움에 내 마음의 추는 천근만근이었다.

이러한 일들은 부모님들이 모두 떠나신 후부터 잡고 있었던 끈들을 하나씩 놓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난 후에라야 아들을 독립시킬 수 있었다.

그 순간부터 아들 또한 그 힘들고 무거웠던 굴레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만의 삶을 살게 되었다.

더불어 나 또한 길고 긴 어두운 터널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한편 끝이 보이지 않았던 아픔과 고통의 굴레 속에서 헤어날 수 있었던 건 남편이 은퇴를 하고 나서다.


생활의 여유,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생겼고 그것은 평온으로 이어져 나 자신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내가 꿈꿔왔던 것을 조금씩 해가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나 할까?

평생 누리지 못했던 여유가 생기면서 처음으로 자유롭게 편안함을 느껴보게 되었고,

평범한 일상의 여유,

마음의 여유까지 만끽하고 있다.

글을 쓰고,

시를 쓰고,

시낭송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컴퓨터도 배우고,

남편과 함께 산책도 하고,

자식들과 함께 여행도 다닌다.

이제야 진정 삶다운 삶을 살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삶의 여백을 갖기 시작했다.

남편과 그동안 누려보지 못한 삶의 여유까지 되찾고 보니 감사하고 행복하다.

뒤늦게 찾은 행복, 즐거움, 풍요로움.

그 값진 삶을 알기에 누군가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맘껏 행복을

누려보기를 바란다.

나 또한 이렇게 소중한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쉼 없이 나아갈 것이다.

우리 모두가 마음의 여유를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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