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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에서 피어난 꽃 (제15 화)

(소설) 하늘이 보내준 선물

by 황윤주 Mar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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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 화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는 계절이 왔다.

산과 들에 뾰족뾰족 새싹이 얼굴을 내밀고 나뭇가지마다 초록잎들로 물결을 이뤘다.

햇살 가득 비치는 맑은 하늘은 푸르름을 한가득 머금고 있다.


희경이 학교에서 전국체전에 나가서 할 마스게임 연습이 한창이다.

손에 노란 링을 하나씩 들고 선생님 구령에 맞춰 시시각각 변하는 형태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갔다.

전 학년이 물결을 이루는 파도타기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형태로 모였다 흩어지며 마스게임 연습에 

열중하였다.

힘든 줄도 모르고 모두들 신이 났다.


개회식과 함께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마스게임 할 채비를 갖췄다.

그동안 힘들게 연습했던 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 보이는 것이었다.

희경은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혹시나 실수하면 어쩌지? '라며 괜한 걱정도 하면서 대열에 합류했다.

서서히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모두 준비자세를 취하고 리듬에 맞춰 그동안 배웠던 율동들을 하나하나 차례로 이어갔다.

하늘색 옷을 입고 손에 손에 노란색 링을 들고 서서히 올렸다 내렸다 하며 물결이 흐르듯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꽃이 피어오르듯 무척 아름다웠다.

관중들도 빠져들어 신비롭게 바라보았다.

종합운동장에서 벌이는 마스게임!

희경은 콩닥거리는 가슴으로 순서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한 사람이라도 실수하면 금방 눈에 띄고 흐트러지기 때문이었다.

잔뜩 긴장하며 했던 마스게임이 어느덧 끝을 향해갔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운동장 가득 울려 퍼지는 함성과 박수갈채가 온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제야 모두가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희경은 그때까지도 붉게 상기된 얼굴로 그 희열을 오롯이 느끼며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안은 희경이네 학교 학생들로 가득 찼다.

서로 감격스러운 순간을 얘기하느라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희경은 서울에 살아도 처음 와 보는 거리 풍경이 많이 낯설고 어리둥절하였다.

희경이 살고 있는 동네와는 차원이 다른 거리였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높은 빌딩숲, 자동차가 즐비한 도로, 높고 낮은 상가들을 보면서 연실 눈이

휘둥그레졌다.

희경은 거리에 북적이는 사람들의 세련된 모습을 보면서 잠시잠깐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움츠려 들었다.

도로는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들로 요란하였다.

바쁜 일상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풍경이었다.


둑 너머 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들에 예쁜 꽃들이 피어 아름답게 수를 놓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희숙의 배는 점점 불러와 만삭이 되었다.

커다란 바가지를 엎어 놓은 듯 남산만 하게 부른 배를 하고는 출산준비를 하였다.

기저귀도 만들어 놓고 배냇저고리도 사 두었다.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설레고 걱정이 되었다.

'아들일까? '

'딸일까? '

'순산해야 할 텐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어떤 아이가 선물로 올지 궁금한 마음이 날이 가면 갈수록 커져만 갔다.

희경어머니는 희숙의 배를 보고 아들 같다고 하였다.

여러 번 출산 경험으로 짐작을 하였다.

희경도 어떤 조카가 나올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희숙은 째깍째깍 들려오는 초침소리만 들어도 설레고 기다려졌다.

반면에 겁도 났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희숙은 배가 가끔씩 살~~ 살 아파올 때마다 출산 신호라는 걸 알면서도 불안했다.

몹시 긴장도 되었다.

그럴 때마다 일어서서 방 안을 왔다 갔다 서성거렸다.

시간이 갈수록 배는 점점 더 자주 아파왔다.

희경어머니는 5분이나 10분 간격으로 아파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궁문이 열려야 된다고 하였다.

점점 더 참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촉각을 다툴 정도로 산통이 시작되었다.

아기 맞을 준비를 서둘렀다.

더운물을 준비하고,

탯줄을 자를 가위와 실을 준비하고,

아기 싸개, 배냇저고리도 준비했다.

초산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희숙은 소리를 질렀다.

이를 악물었다.

남편남규도 없이 혼자 출산을 하는 게 안타깝고 애처로워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희숙은 기진맥진하였다.

스르르 눈도 감겼다.

희경어머니는 잠들면 안 된다고 흔들어 깨웠다.

드디어 자궁문이 열리고 아기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기 머리가 보인다. 계속 힘줘라."

"조금만 더"

"조금난 더"

오랜 사투 끝에

"응애~~ 응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이 보내준 선물이 태어났다.

밖에서 서성이며 듣고 있던 희경은 박수를 쳤다.

아들이란다.

희숙은 기분이 좋았다.

지친 얼굴로 아기를 바라보았다.

처음 자신에게 선물로 다가온 아기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희경어머니는 싱글벙글하였다.

아기는 우량아였다.

이목구비도 또렷하게 잘생겼다.

희경어머니는 산모는 미역국을 먹어야 회복이 잘된다며 미리 끓여놓은 미역국과 밥을 가져왔다.

희숙은 수북이 담긴 밥 한 그릇과 국 한 그릇을 모두 비워냈다.

집에 경사가 났다며 모두 좋아했다.

희경아버지도 첫 손자를 보고 기분이 좋은지 덩실덩실 춤을 췄다.


희경은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남들이 타는 걸 보면 한껏 부러웠다.

오빠영호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동네 빈 터에 가서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우는데 계속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어댔다.

영호가 뒤에서 붙잡고 가다 살그머니 놓는 순간 자전거가 지그재그를 하다 그만 곤두박질을 쳤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운동신경이 둔한 건지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배워도 자전거를 타기는커녕 몸에 멍만 들어갔다.

여간해서 포기하는 법이 없는 희경이었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며 포기를 했다.

하도 넘어져 다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팠다.

계속 넘어지다 보니 옷은 흙으로 범벅이 되었다.

희경은 힘없이 축 늘어진 채 어기적어기적 느린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영호는 학교 생활이 바빠지면서 집에도 늦게 왔다.

교과 진도를 따라가기에 벅찼다.

그래서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 그동안 해왔던 신문 배달을 그만두었다.

그동안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하였다.

늘 뭐가 바쁜지 한시도 집에 붙어있질 않았다.

가족들이 영호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오빠가 뭘 하고 다니는 걸까?'희경은 궁금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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