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마음이 갈대와 같이
젖먹이 갓난아기 땐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
조금 더 커서 어린아이가 되었을 땐 밖에 나가서 마냥 뛰어놀며 신나고 즐거웠다.
조금 철이 들었을 땐 아무 생각 없이 학생 신분으로 거기에 충실하며 사는 게 좋았다.
고등학생이 되어 시험 보는 기간이면 빨리 커서 시험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빨리 사회에 나가 어른이 되고 싶었다.
돈도 벌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사회인이 되었을 땐 감당해야 할 무게가 커져만 갔다.
또다시 빨리 그 순간이, 그 나이가 지나가길 바랐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새파란 나의 청춘은 점점 푸른빛을 잃어갔다.
꿈은 계속 갖는데 그 꿈을 이루는 것은 더욱 멀어져만 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일저일 겪으면서 살다 보니 그 지긋지긋한 세월이 빨리 지나갔으면 했다.
빨리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고 싶었다.
산 너머 산이라 했던가?
끝이 없는 터널을 지나고 또 지나야 했다.
세월이 유수 같다고 했나?
마음은 갈대와 같이 시도 때도 없이 흔들거렸다.
지나간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자꾸 다른 삶이 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가끔 나이가 드신 어른들께서 몸이 아프고 사는 게 고달프면 얼른 빨리 죽어야지... 떠나야지 하셨다.
그러나 그 말속엔 더 살고 싶다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는 걸 세월이 가고 그 나이가 되니 알 것 같았다.
나 또한 몸이 아플 땐 자식들 힘들지 않게 적당히 살다 가야지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막상 아프면 병원부터 달려간다.
또 손주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커서 결혼하는 것 보고 떠나고 싶어진다.
거기다 더해서 자식들 잘 사는 모습을 보고 떠나고 싶어진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달라지는 내 마음, 나 자신을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하는 걸까?
수시로 달라지는 마음에 스스로 자문자답 하면서 마음을 다시 고쳐 먹는다.
나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마음!
'유독 나만 그러는 걸까?'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러함을 흔히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앞으로 마음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달라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 아닌가? 싶다.
마음이야 어떻든, 어떻게 달라지든 사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싶다.
주어지면 주어지는 대로,
주어지지 않으면 주어지지 않은 대로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가고 싶다.
비록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이지만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고 스스로를 인정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 어떤 삶이든,
그것이 어떤 길이든,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