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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Apr 03. 2020

3-4 소중함을 그리면 더욱 소중해 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려 보세요



짧은 호흡마저 내 삶입니다.

외로움에 대하여
그리움에 대하여
여자의 희생을 그린 그림




저는 엄마의 사랑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와의 일상을 그리는 엄마 작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엄마 작가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엄마의 모습보다, 더 세련된 작가의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처음엔 아이가 뚝딱 커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넓은 세상에 나가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 놓고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이 제일 좋을 때요.' 3살까지 하는 재롱이 평생 할 효도 다하는 거예요. 아이가 크면 엄마는 늙는 거라며 지금이 제일 좋을 때라고들 하셨습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엄마의 삶보다 나 이선영이라는 삶이 더 먼저였으니까요.

그러나 아이는 제 손끝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도 예외 없이 삶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아이와 부지런히 놀아주어야 했습니다. 성장에 필요한 것을 정성껏 챙기고, 살피고, 같이 아프고, 같이 울었습니다. 아이와의 시간이 안정되어 갔지만 제 그림은 여전히 어딘가 모르게 외로웠습니다. 제 삶과 호흡을 보려 하지 못하고 세상 밖에서 내 것을 찾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갖은 보석이 무엇인지 모르고 말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삶도, 밥을 하고 청소를 하는 삶도 제 일부입니다. 아이와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온종일 함께 해야 하는 엄마 작가가, 세상 밖 만을 바라보고 그린 그림은 어디지 부족해 보였습니다. 차차 나를 행복하게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내 모든 삶이 내 살점과 같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를 이루는 모든 것이 작품을 만들어 갑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진솔함이 저를 만들고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곁에 있는 소중함이 당신의 그림이 될 수 있습니다. 엄마 작가라고 인정하면 할수록, 엄마에 대한 사랑을 깊이 느끼며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를 따라다니는 아이의 꽁무니를 엄마 작가가 되어 되려 따라다녔습니다. 아이의 자는 모습을 더 오래 지켜봅니다. 아이의 숨소리에 손을 얹고 함께 숨을 쉽니다. 귓속말로 전해 줍니다. 네가 있어 나의 마음이 더 사랑으로 가득해졌단다. 네가 있어 나는 비로소 사랑을 알게 되었단다.

아이를 통해 삶을 지어내며 사랑을 배우고 전하고자 합니다. 아이가 노는 곁에서 아이의 일상을 지켜주고 마음에도 그림에도 담습니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을 놓습니다. 통통한 엉덩이 살에 얼굴을 묻습니다. 겨드랑이 살을 움츠리며 엄마의 간지럼을 행복의 언어로 받아들입니다. 여러분 곁에 사랑과 감정을 그릴 준비가 되셨나요? 저와 함께 그려 보세요.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눈과 눈 사이의 간격을 체크하고, 콧방울과 입꼬리의 미소도 살짝 그려줍니다. 머리 스타일은 결을 살려 그리는 것은 그리는 대로 손으로 문질러 검정 느낌만을 그리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하세요. 머리칼에 집중을 하셨다면 생활에 활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십니다. 생활에 활력을 얻고자 하시는 분이시라면 머리카락에 웨이브를 그려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얼굴을 그려 놓은 그림들을 눈여겨보시고 따라 그려 보세요. 표정과 형태들을 자세히 살피고 선택하셔서 그리세요. 처음부터 얼굴을 닮는 것에 치우치면 그림을 그리는 것을 즐기기 어렵습니다. 손가는 대로 자신 있게 그려 나가세요.

두껍기도 가늘어 보이기도 하는 목을 그려 주세요? 두껍다면 자신감 있어 보이고 가늘고 길다면 지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두껍고 짧다면 좀 우람한 스타일이 완성될 것입니다. 맞는 취향을 선택하세요. 두 어깨를 그리고 스르륵 팔을 지나 손을 그려봅니다. 손이 어렵다고요? 괜찮습니다. 해바라기 꽃잎처럼 그려도 손인 줄 알아본다면 성공하신 것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사람을 그리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그리기 어려운 것인 사람이고 감정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겹게 그려낸 만큼 감동은 더 커집니다. 그리는 이의 사랑이 스민다면 말입니다.

가슴을 그리고 허리를 지나 골반이 커지고 엉덩이로 내려옵니다. 엉덩이 곡선이 드러나셨나요? 그럼 다리로 내려갑니다. 다리가 가장 쉬울 것 같았는데 생각처럼 그려지지 않으셨나요? 예 맞습니다. 사람에게는 비율이라는 것이 있어, 작대기처럼 두 다리를 그려주면 될 것 같지만 어지간해서는 어색함이 떨쳐지지 않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발을 느끼는 대로 그리면 사람 그리기는 마무리됩니다.


초 6학년 딸아이의 매일 드로잉

방금 그리기가 끝이 나셨다면 다음 페이지를 넘겨서 다양한 포즈들을 연속해서 그려주세요.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나 함께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모델로 그리시면 더욱 좋습니다. 그리는 모델의 포즈를 사진으로 담아 두시면 모델이 체위를 바꾸거나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도 사진을 보고 마무리하시면 됩니다. 시간을 들이고 그리기가 선명해져 가면 그려진 대상과 깊은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의 마음을 차차 위로하는 선물을 받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작가들은 모델과 사랑을 하고 영혼을 모델에게 투사하며 작가의 정신을 담아내는 초상을 그렸습니다. 작가들만의 특권이 아닌 그리는 이에게 주어지는 특권을 여러분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여전히 잘 그리는 방법을 알고 싶으신가요? 천천히 두 번 세 번 여러 번 그려 보세요. 여러분은 그리는 방법을 몰라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려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실 것입니다. 그림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씨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가 수업했던 수강생분은 두어 달이 지나서야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3개월이 지나 제게 제 초상화를 그려서 선물로 주셨는데 글쎄 저보다 제 모습을 더 잘 그려 주셔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비단 한두 분들의 말씀은 아닙니다.

나에게 집중하고 소중한 것을 그려 주세요. 소중한 것을 그려주면 소중함이 배가 됩니다. 깊이 보려 하고 애정을 담기 때문입니다. 보려 하고 마음을 알려 하는 순간 소중한 것들이 말을 합니다. 행복하게 그려주세요. 오늘 햇살을 그려주세요. 솜털처럼 부드러운 것을 그려주세요. 내 사랑을 그려 주세요.라고 말을 합니다. 들려오는 대답은 그리는 이의 마음이고 심상입니다. 듣고 싶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그리십시오.

여러분의 삶을 살아내는 시간 동안 함께 하는 것들을 소홀히 하지 말아 주세요. 요리를 할 때도, 걸음을 걸을 때도, 제봉 질을 하거나, 물건을 고를 때도 모든 살이 들을 그림으로 그려지면 더 특별해질 수 있습니다. 온전한 삶의 과정은 반드시 새로운 길을 안내합니다. 여러분의 행복을 그리는 정성은 그 행복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손길이 닿아지고 그림으로 표현되는 순간 멈췄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아름답고 풍요로워집니다. 삶이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신가요?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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