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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이유

June, 20 2022

누구나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답답한 마음에 상대방에게 퉁명스러울 때가 있다.

사실은 그의 탓만은 아니다.

평소대로 하는데 뒤로 가는 것 만 같은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에게 공짜는 없었다.

보고 있자니 너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나는 그 마음이 바뀌길 바랐다.


그러던 오늘 그는 나에게 친절했다. 마음의 뱃머리를 바꿨나 보다.

여러 번 말했던 것 같지만, 이제야 그의 마음에 내 요청사항이 접수가 됐나 보다.

나는 아이처럼 신이 난다. 행복이라는 것은 바이러스 같은 거니까.



그런데

때로 가끔은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어이없는 타이밍에 강 펀치를 맞을 때도 있다.

그 사람에게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당신에게 호구처럼 행동한 것은

현명하게 행동하는 것이 내 감정보다 중요하다 배웠기 때문이라고.


바쁜 내가 시간을 내어 당신의 숱한 불평불만을 들어준 것은

내가 한 뼘 더 바빠지더라도 우리 관계가 중요했기에

감정의 쓰레기인 줄 알았지만, 잠자코 들어줬던 것이고.


그러고 나서도 불같이 화낸 언성에

똑같이 되받아치지 않은 이유 또한,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독한 당신의 말을 당신에게 되돌려줄 만큼 나는 당신에게 가혹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내게 왜 공감하지 못하냐고 따져왔지만

시간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라 나서서 도와주고 싶었기에 오랜 시간 당신의 하소연을 참고 들어줬던 것이고.


나또한 충분히 이기적이고, 계산할 줄 알지만

누구보다 당신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기꺼이 먼저 다가서서 문을 두드렸던 것이라고.


그런데 당신이 진짜 모르는 것이 있다.


당신이 감사하지 못했던 나의 세심한 배려에는

그때그때 담아 넣은 내 노력이었음을.


그리고 당신은 나한테는 의지하거나

매력적인 상대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인연이라는 것으로

나는 진심이라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제 떠나더라도 아쉬움이라곤 없다는 점이다.

@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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