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취미를 갖는다는 것

넘치는 부담에서 나에게 관심을 돌리는 법

취미라고 말하기엔 소소한 것들과의 구별


나(라)때는 중학생이 돼야 교과과정에 영어가 있었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what's your hobby?)"라는 질문을 그때즘 만나는데, 그러면서 취미라는 것을 생각했다.

당시에는 영어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니 없는 취미도 대충 만들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취미를 갖으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할지를 알아야 하고 최소 일정 기간 이상은 계속해나가고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열정과 흥미가 지속돼야 하니까, 그리고 대부분 장비나 준비물이 필요하므로 돈도 든다. 시간과 물질의 십일조 없이 취미를 누가 말할 수 있으리오.


취미라고 말하기엔 무거운 것들과의 구별


어쩌다 동생들이 취미를 물어보면, "그러는 너는 취미라고 할 게 있어?", " 난 논문 쓰는 게 취미야, 내 시간과 에너지를 40% 이상 투자하잖아"라고 대답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는 면에서, 지속성이 있고 중독성도 있다는 점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듣는 사람에게도 내게도 흥미를 끌만한 취미는 아니다.

@그렇다 논문 쓰는 일은 취미라고 하기엔, 전쟁터에 가깝다.


얼마 전 나는 붓을 들었다. 신체적 과부하가 올 무렵 내가 몰입돼 있는 것들에서 벗어날 만한 것은 그림이었다. 신체적 과부하, 번아웃은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어서 뭔가를 계속해도 될만한데 몸이 안 따라주는 증세다.

동네 알파문구에서 10개짜리 물감과 붓 하나, 아무 스케치북으로 연명하던 나에게 조카가 호사스러운 선물을 해줬다. 티타늄 실버와 골드가 있는 물감이다. 우리 어릴 때도 금색 은색은 아무 데나 있는 컬러는 아니었는데, 지금도 그렇다.


스스로 하는 상담과 치유, 내면의 초점을 나에게 두는 시간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남편은 위스키 테이스팅을 취미로 갖게 됐다. 워낙에 한국식 술문화에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 주변에서 의하해 하지만, 테이스팅과 수집은 달라 보였다. 나는 위스키를 잘 모르지만, 위스키마다 저마다의 향기와 풍미, 맛이 다른 것을 알게 됐다.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에는 다양한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는데, 그러고 보니 취미란 것은 내가 숨 쉴 수 있는 대상이요, 친구인 것이었다.


사교적인 사람들은 심심하고 외로울 때 즐거울 때 모두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대체로 사람들을 만나며 교류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하니까. 그런데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도 관계에서 오는 위로와 교감은 분명 필요하다. 놀라운 점은 두 유형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상관없이 약속을 해놓고 나면 막상 나가기 전에 상당히 귀찮은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그런데 따로 약속 잡지 않아도 내 맘을 다 알고 대화가 되는, 그런 맘에 맞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취미는 그런 친구가 아닐까 한다.


넘치는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와지고, 편안해지기, 수고한 나에게 말글을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


좋은 취미는 남들에 대한 자랑이 필요가 없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표현하지 않아도 되고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공감을 얻지 않아도 그만이다. 한참 연애에 빠진 남녀는 친구나 부모에게 자신들의 행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냥 두 사람이 하는 그 자체로 충분하고 거기에 몰입할 뿐이다. 언젠가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섬세한 시간을 만났다면, 먹고사는 일 때문에 놓치지 말고 쉬어 가며 만나야 한다.


그래야, 호흡곤란 안 오고 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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