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행히 다른 사람을 쉽게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누군가 정말 엄청난 금액의 로또에 당첨됐다면 그 사람의 운은 부러워할만한 게 아닌가!
자본이 최고인 세대에 인생의 목표를 일확천금에 두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노동과 일에 대한 보수보다 소위 자본이 낳는 자본을 우리는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돈이 돈을 낳는다는 생각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다니던 회사의 주식을 조금 사게 됐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가 떠나거나 혹은 내가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회사만 잘 나가면 배 아플 것 같아서 리스크 헷지용으로 사둔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던 어제는 주식장이 좀 좋은 것인지 빨간 불인 상황이었는데 주식을 열심히 하는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 숫자가 너무 급격히 오르면 기분 좋을 수 있는데 잠깐일 거라... 모래성(?) 쌓듯이 차곡차곡 천천히 오르는 숫자를 봐야 뿌듯해질 거예요." 실제로, 급격히 오른 주식은 그만큼 떨어질 때도 가파르다. 비트코인이 그러하듯이, 주식에서도 차근차근 오르는 주식은 그 가치와 투자의 기반이 확실해서 안정적인 패턴을 보이기는 하다.
그래도, 김연아의 금메달이 좋다
같은 날 저녁 무렵에 동생과 옛 직장에 대한 소회를 나눴다. 그런데 내편에서는 조금 뜬금없는 소리를 들었다. "언니는 운 좋게 뭐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다 노력해서 얻었지, 누가 로또 돼 대박 났다고 하면 부럽다! 라 하는데, 김연아가 금메달이래! 하면 부럽지는 않잖아? 대단하기는 해도 엄두가 안 나잖아. 언니는 그런 케이스야" 하면서 "하지만, 나에겐 쉽게 주어진 것들이 많은데 언니는 그렇게 얻어서 다 확실한 것 같아"라고 말을 이었다.
"앗!" 사실 내 능력보다 축복으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지 운 좋은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에 사뭇 어색하고 받아들이기를 주저했다. "아, 그런 것인가?"
내 편에서는 내 능력으로 얻었다기보다 신이 주신 길에서 시름하며 얻은 인생의 열매들이라,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동생의 말을 곱씹어보니, 어쨌거나 요행적인 것은 없었다는 것이 그냥 내가 평소 좇은 가치요 삶이었구나싶다.
그래, 누가 굳이 그 길을 다 차곡차곡 걸으면서 진짜를 얻고 싶겠는가. 학위를 받기까지 걸어온 길도 그랬다. 세미나 수업에 이중 삼중으로 쓰던 글을 가져온 다른 과정의 분들도 있었고, 수업 안 와도 학점 받고 수료하는 것에 만족하는 분들도 있었다. 다만 그렇게 학위를 마치게 되면 진짜 학위를 필요하는 연구자로서의 길에는 진입이 안되고 이후의 진로가 굉장히 달라진다.
누군가는 김연아의 부나 그의 명성이 부러울 수는 있지만, 김연아는 자신의 피겨스케이터로서의 공적과 앞으로의 가능성과 그 가치가 재산일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살다 보면, 그것이 재산이라는 것을 진정 느끼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자주, 많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회사 후배가 주식에 대한 말에 한마디 더 얹고 싶다. "모래성 말고 반석 위에 집을 지어갈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