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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심박수로 살고 싶어

어떤 글쟁이의 바람


이 나지막한 바람은 어디서 올까

삼나무 빽빽한 숲 아래를 걷노라면

가을의 따가운 햇볕에도 큰 우산 안에 쉬어가는 것 같다.

내가 서 있는 지구의 북반구를 덮어주는 큰. 우산 같은 존재!

어디 그뿐인가

제주의 센 바람까지도 넉넉하게 막아준다.

땅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도

삼나무 숲서는 무엇도 두렵지 않다.

비자림도 물영아리도 사려니길도

붉은 흙을 발바닥에 꾹꾹 담아가는

내가 숨쉬는 공간이다.


문제는  이번학기 셈으로는

 세 번째의 논문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글쓰기는 참으로 고독한 일이다. 나름대로 사람 만나기를

즐기기는 한다마는, 글 쓰는 일에서 만큼은

그 누구와도 같이 할 수가 없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이 " 뭐하고 지내? ", "조용하네?!"라는 안부를 묻는 때이면,  영락없이 집중해서 원고를 쓸 때이다. 그 외엔 회삿일을 하거나 강의를 하거나 제아무리 바빠도 그다지 바쁜 티를 안 낸다. 틈틈이 놀기 위해서이다.


글의 소재와 줄기를 다듬는 것은

석수장이가 돌을 다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뭉탱이의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가져와 듬성듬성 머리, 몸통, 팔다리를 구분해 내는 일을 거쳐,

 첫 생각의 물꼬를 따라갔다 발견했다 반복한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술래요 문제제기는 쉽사리 모습을 들키지 않는다. 특히 논문은 그렇게 집요하게 순고 찾기를 반복하다

결국  찾아내고 나서도

다시 쳐내기를 반복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래도 가급적 그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존재를 드러낸 녀석이 더 이상 도망가지 않게.


글쓰는 동안은 오롯이 온전하다.

 외로움을 느끼거나 여행을 탐하지 않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는 제주에서 바람을 노래를 만난다.

그 바람이 귓바퀴를 간지럽히던 소리를 담아 온 것을 기억해 내자.

낑~~ 쓰려고 운동하며 쓰려고 버는 나날들

아쉬운 점은 60대의 심박수를 글 쓰며 유지하고 싶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마치 뛰고 있는 사람 같다.

아닌가. 나는 러너인가?

@ 겨울에는 쉬리라. 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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