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숲속 저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서울쥐와 시골쥐, 변화와 지속

두 손에 떡

변덕쟁이

"희봉아, 나 삼청동이야"

신이 나서 자신의 서울 나들이를 자랑하는 정겨운  친구다.

주말에 서울 강북구 삼청동에? 친구는 중학생 딸 아이가 둘인데 오늘은 남편과 데이트 중이니 더 신이 났나보다.


친구와 달리 난 곧 생각만 해도 피곤해질라 그런다.

20대에 신촌에서 학교를 다니고, 서울의 빌딩 숲에서 회사 생활을 주구장창 해 온 사람이라면 주말에 서울의 도심 아스팔트를  돌아다니다간 곧 후회할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토론토에서도 도시 구경은 썩 신나지 않았다.

그것도 잠시! 방심하던 찰나 친구의 잔뜩 들뜬 목소리에 나도 혹시 나가면 재밌을까 싶어진다.(나는 생각보다 팔랑귀다)

도심에서 살던 나는. 좁다 골목들이 지루했고, 사람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들을 보면 역겨운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다 급기야 큰 길 옆에 주거지를 두고, 그 안에서 먹고 자고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걸어서 1시간이 안 되는 단지의 산책로가 답답했던 어느날

아, 내가 길에서 살고 있네? 하는 생각에 아파트 단지에 숲이 조성된 경기도로 오게 됐다. 층수는 15층을 넘기면 안됐다고 계획했다. 6개월 간 살면서 "그렇지. 사람은 이런 곳에 살아야지!"하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쁨에 취했다.

하지만 나는 빛 반사가 없는 곳이 익숙하지 않았는지, 혹시라도 이 밤에 내가 아프면 119가 빨리 올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사실 119 소방소는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달리고 걷고 하다가 청계산 입구까지 갔다가 이러다 집에 못 갈수도 있겠다 싶어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비오는 날 구두를 신고 나갔다간 신발에 흙이 묻어날 수 있다는 것또한 알게 됐다.(흙이라니!!) 그 뒤로 비오는 날은 가죽 신발을 신지 않는다.

몇 번의 황당한 심리적 싸움을 통해 내가 서울 도심의 견고한 인프라에 완전히 적응된 사람이고,

무늬만 자연 친화적인 사람여서 온 감정들임 것을 눈치챘다.


냉탕과 온탕은 오가는 것

언젠가는 다시 또 서울 도심으로 들어갈지도 모르지만, 주말에 쉽게 숲이 우거지고 강이 있는 교외로 나올 수 있는 곳일 것이다. 주거에도 변덕쟁이 같은 마음으로 살지만, 그때 그때 좋은 것 감사한 것을 느껴보자.

원래 목욕탕에서도 냉탕과 온탕은 반복하는 거랬다. 장단점이 두드러질수록 하나를 취했을 때 얻는 기쁨과 아쉬움은 대별되는 것이 아닐까

@스타벅스와 커피빈 대신 숲이 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겸 카페

오랜기간 유지하는 것

"아직도 그곳에 잘 다니는구나"

그렇다. 나는 아직 한 곳에 12을 넘게 적을 두고 있다. 6개월만 다녀도 잘한 것이라고 부담없이 생각했던 직장인데, 어쩌다보니 아직이다.

어쩌다 이리 답답이가 됐지? 싶은 맘도 든다. 집 정도야

내맘대로 해도 그만이지만, 아무래도 나머지는 감정대로 하기보다 기도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산을 이렇게 감성적으로 순간적으로 결정하면 낭패가 될 수도 있음을 결정후 곧 알게 됐다. 사람은 정신도 중요하지만 물질에도 자유롭지가 못하다.)

한편 공부도 쭉 한 곳에서 했고, 신앙 공동체도 벌써 18년 째 같은 곳을 다니고 있다. 삶의 근간이 되는 것들이다. 그 오랜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대기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