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숲속 저널

헤픈 관계 정리하기

거리두기 공식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경계는 분명했다.

하지만 해야 할 것과 하지 않는 나의 태도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버리는 나의 습성 사이에는

늘 "의지"가 없어서였다. 웬만한 일은 거뜬히 하는 성향인데, 커피만큼은 질질 끌고 버리지 못했다.

오천 원 가령의 돈으로 쉽게 취할 수 있는 한 잔의 쉼라?

그 역시 아니다 오백만 원이어도 딱히 대신할 대체제는 없다.

몇 번을 말해왔지만 이놈의 커피라는 녀석은 도무지 끊기가 어려웠다. 아침 빈 속에 마시는 카푸치노는 그윽하고 진한 에스프레소의 진지함은 진득한 우유거품을 뚫고 나의 밤을 깨워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그러다 이제는 정말 절제가 필요한 순간 맞이했다.


나이가 들면 때때로 잠이 들지 않고,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아 진다. 그리고 다른 요인과 결합하게 되는 날에는 산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경고에도 아무렇지 않게 하루 두 잔 이상을 마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두둥! 목이 바짝바짝 마른다!!


뿐만 아니다.

목에 이물감, 배앓이와 속 쓰림

입안의 텁텁함. 아밀라이제 분비 억제. 목마름과 끊기지 않는 기침 등

공황과 같은 불안 증세를 자극하기도 한다 한다.


그동안 이러한 증세가 심하지는 않았어도, 총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이상 커피의 유혹을 끊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발표나 공개 장소에서의 발언, 강의가 목에 무리를 준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커피였 게 아닐까.


이제와 생각해 보니 매 시기, 나는 이 녀석과의 이별을 생각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거나 포기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먹고 마시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아서이다.


거리를 두자.

어쩌다 한 번 만나자. 너의 존재가 꼭 내게 기쁨이 되는 것만은 아니더라.

생각해 보니 좋지 않은 모든 것과의 관계에는 이런 법칙이 있었다. 그 자체가 좋지 않다기보다 관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의존하는 관계, 딱히 필요하지 않아도 가까이 두고 습관적으로 찾는 만남이었다.


딱히 커피 맛과 풍미를 느끼지 못한 날에도

주야장천 '혹시 ' 하며 하루에도 만나시를 몇 번씩 시도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되새기며 지난 커피와의 관계를 곱씹어 보니 나도 모르기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이제 정말 조절할 수 있을 것만 같다.

???

커피없는 카페라니

때때로 커피 같은 관계가 있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도 넘는 관계도 있다.

내가 다가거거나 상대가 갑자기 다가와

너무 가까워진 거리에서

서로에게 의존하게 되면서

연락을 뜸하게 하기 애매한 그런 사이 말이다.

거리 두기의 미학 같은 것은

관계에 소심한 사람들의 변명이 아닐까 했다.

가까이서 봐야 이쁘다는 말도 있지만

사람은 근거리서 보면 흠이 더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지혜롭게 살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지혜로운 거리 두기의 밀당을 하면서

프라이버시 모드

깜빡이

훅 들어가기

모두 해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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