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이번 추석연휴는 모두에게 기대감을 주는 것 같았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이번 연휴도 쏜살같이 지나가버릴 것을. 그런데도 이 행복한 기대감은 누구에게나 공평해 좋다.
바로 "다 같이 타임아웃!" 할 수 있기에. 물론 그중에는 부분적으로 쉬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기 상황에 맞게 부분적 교집합을 갖는다.
우리 집 주치의자, 내 좋은 친구인 Y언니도 이번 연휴에 잔뜩 기대를 내비쳐서, 원래 연휴에도 할 게 많아 별 기대감이 없던 나까지도 소소한 짬을 찾아야겠다는 의지가 들 정도다.
9월, 알 수 없는 저항, 피로감 때문에 위장병이 왔다고 생각했다. 오래 마신 커피 때문일까? 위내시경을 두 번이나 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사실 소화가 안 된다거나 더부룩하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면 목마름 증세가 생기고 뭔가 평소 같지 않은 불편함이 느껴졌다.
스트레스성 위염일까? 왜, 무엇 때문에?
반추해 보면, 얼마간의 상황은 내가 더 달리기엔 버겁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늘 속도에 유의한다. 지나치게 안정형이기도 하다.
"언니는 완벽주의자예요!"
나를 퍽 좋아하고 지지해주는 동생이 이렇게 말한다. 완벽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듣기 좋은 말이다. 솔직히 말해, 더 이상 변화 없는 루프에 빠진 것 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더하라니!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지겨운 이 시기도 곧 끝날 것이라는 것을. 요셉은 보디발 장군 수하에 7년을 있었는데, 나는 대체 얼마나 더 있어야 이 시기를 종식하려나. 난 많이 단단해지고, 격려받기도 했지만 이젠 따로 설명이 안 된다.
솔직히 말하면, 충분하다 생각한 이상의 것을 하기에는 체력적인 과부하가 온 것 같다. 사람의 용량이 다르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우아한 속도로 내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닐까 했던 것이다. 올여름은 책도 써야 했고(짧은 호흡의 책이다), 가족도 맞이해야 했고, 중간중간 계란프라이도 부쳐서 브런치를 만들고 조카를 학원에 보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과정이 있었고, 공공 과제에 참여했다. 그런데, 더 하라고? 덕분에 논문 초고는 세 개는 썼을 것 같다. 평소대로라면 먼저 써둔 것 외에는 안 해도 됐을 테지만, 그랬어야만 했다. 살다보면 내 페이스 이상으로 해야만 할 때가 있다. 달리기의 결승전 같은 것이다.
이 밖에 직장일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굳이 회사에 관한 말을 하지는 않는다. 먹고살기 위한 직장생활은 누구나 다 하지 않는가. 꼭 직장 아니라, 생계를 위한 것 말이다. 그것은 늘 그렇게 딱히 즐거움만을 주거나, 유쾌하기만 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당연히 하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내 주변을 안심시키고, 그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뿐인가, 세미나를 준비하고, 의뢰가 와 어렵사리 응한 발표는 생각만큼 잘하지 못했다. 그러고도 계속해서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 나는 평가받는 입장에서도 여유를 가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내가 처한 상황에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막판에 체력적 과부하는 따랐다. "힘들다. 몸이!"
암튼 가을에는 낚시를 작정하게 됐다. 여행가서 주로 채집과 체험 배낚시를 늘려서 하곤 했지만, 이번엔 진심이다.
주 종목은 주꾸미와 갑오징어다.
낚시는, 새벽에 깊은 수면 상태인 나를 깨워 나가는 것 이외에는 즐거운 여정이다. 배들은 늦어도 5시쯤에 출조하기 때문에 새벽 2시, 3시에 후다닥 샤워하고 집을 나서야 한다. 눈과 몸이 반즘 잠을 자는 상태에서!
작심을 하고 몇 번 나선지 얼마되지 않아 찬바람이 불어닥쳐 조금은 두렵지만, 11월 추중순까지는 여유를 갖고 낚시를 좀더 즐겨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