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Mbti가 i 인데요.'
가끔씩 약속을 해놓고 도무지 내키지 않을 때가 있다.
사회인이니까 지속해나가야 할 관계들이 있다.
사회적, 경제적 이용을 하기 위한 관계도 아니고 인맥관리도 아닌,
지성을 가진 사회인으로서 마땅히 서로를 지탱하는 맥락 있는 관계들이다.
늦은 오후 업무로 지쳐갈 무렵
모임에 나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직장 후배에게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면서
신이 나서 MBTI이 그루핑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생각해보면(지극히 개인적 경험에서)
외향성 그룹에 속한 성향의 친구들은 대체로 자신이 속한 그룹을 이유로 자기 성향을 설명하지 않는 것에 비해, 평소 자기표현에 소극적인 친구들은
오히려 자기가 속한 그룹을 들어 "원래 그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아마도 드러냄에 소심한 성향이 자기 스스로보다 "이런 그룹"이라는 심리적 안정을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Mbti 그룹 때문이 아니다. 누구나 약속을 해놓으면, 막상 게으른 생각이 확 드는 것이지!
'어떤 그룹에 속해서'라는 이유로 자기를 설명할 필요가 클까?
남들의 시선, 판단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놈의 '남들'의 손가락과 입을 막을 필요도 있지만,
스스로 구분지어짐에 웅덩이를 파지 말아야 한다.
최근에 인사채용을 한 어떤 회사는 지원자에게 MBTI 그룹을 물으며
특정 그룹의 후보자들을 탈락시켰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일정한 특성을 추출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그루핑 해서 분류하고, 규정해버리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변화가능한 인간의 가능성과 존재를,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을,
부정하는 일이다.
지금 채용에서 조차 그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일어난다면,
아직 걸음마도 못 떼고 있는 인공지능의 차별을 논하는 일이
너무 한가해 보인다.
당장에는 우리 스스로의 차별과 규정이 더 문제여 보인다.
Mbti와 같은 성격검사결과지는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혹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목적에서 좋은 지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