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아이들이 할머니 댁에서 자고 온다. 그런 일요일 아침은 동네의 좋아하는 카페를 찾는다. 남편과 함께이기도 하고, 남편이 일정이 있는 날이면 나 혼자 찾을 때도 있다.
오늘도 남편은 출근을 하고 나는 마음의 고향과 같은 카페를 찾았다. 남편이 커피를 한잔 들고 가겠다 하여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카페라테, 크로와상 하나를 시켜두고, 남편은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였다. 모두가 외출을 하지 않는 시절이라 그런지, 세상 부지런한 택시기사님이 미처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도착하셨다. 이런.
덩달아 아침을 두둑이 챙겨 먹어 배도 부른 상태에서 커피 두 잔, 요기가 될 정도로 두툼한 크루아상과 함께 홀로 남겨졌다. 메뉴 변경이나 취소를 하려 했으나 남편 카드로 결제하여서 그 마저도 힘든 상태였다. 이런. 해결 방법을 찾아보려 했으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테이크아웃 용으로 할인받은 금액만큼 추가 비용을 내고 음료 두 잔, 빵 하나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마음의 고향과 같은 카페 직원은 내가 얼마나 이 카페를 사랑하는지 알리가 없다. 나의 애정을 강조해봤자 해결방법을 찾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융통성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강변해보고 싶었으나, 그는 그럴 의사가 없어 보였다.
시무룩하게 쟁반을 들고 자리에 앉아서 가져온 책을 읽는다. 평소에 이곳에 오면 한입에 끝나는 커피가 아쉬웠는데, 내 앞엔 커피가 두 잔이고 담백한 크루아상까지 있으니 새삼 부자가 된 기분이다. 원치 않는 메뉴를 떠안고 곤란해하던 마음이 무색한 태세 전환이라니. 내가 참 이렇게나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