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나의 첫만남, 사랑의 기억
아이가 내게 첫인사를 건넨 그날 아침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정확히 프랑스 여행을 7일 앞두고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으나 딱 한 가지, 불안한 게 있었다. 생리예정일이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혹여 임신일지도 모르는 불안한 마음을 없애고 싶어 임신테스트기를 했다.
“응?”
선명한 빨간색 두 줄이 떴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류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테스트기를 들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는 빨간색 두 줄.
“여보!!! 여보!! 여보!!!!!!!!!!”
토요일 아침 6시, 단잠을 자고 있는 남편을 사정없이 깨웠다. 남편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동그란 두 눈을 뜨고 나를 봤다. 나는 임신테스트기를 보여주며 목놓아 엉엉 울었다. 그것은 결단코 기쁨, 환희, 행복의 눈물이 아니었다. 고대하던 프랑스 여행을 못 가게 된 자의 서러운 눈물이었다.
“프랑스 여행 가고 싶었는데!!!! 진짜 가고 싶었는데!!”
영문도 모른 채 죄인이 된 남편은 아내의 원망이 자신에게로 쏟아지고 있다는 것조차 파악이 안 된 듯 보였다. 아이가 생긴 거라면 기뻐해야 마땅한데 눈앞에 아내는 닭똥 같은 서러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나는 프랑스여행을 취소했다. 이 아이는 여행을 취소하게 한 것도 모자라, 자그마치 6개월 동안 나를 변기통만 붙잡고 지내게 했다. 음식냄새는 물론이고 음식사진만 봐도 토를 하게 하는 무시무시한 입덧을 겪게 했다.
정상적인 일상을 보낼 수 없는 시간을 지나며 나는 항상 생각했다. 도대체 뱃속의 이 아이는 나에게 무엇이길래 나는 이토록 고통받아야 하는 걸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멈추게 된 건 아이의 태동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부터였다. 아이는 내 뱃속에서 꼬물꼬물거리기도 하고 쿵쿵거리기도 했다. 아이의 모든 움직임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아이는 나와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내 배를 수시로 쿵쿵 차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록 눈앞에 보이지 않는 뱃속의 아이였지만, 아이는 내 안에 분명 존재했다. 내가 먹고, 입고, 듣는 모든 것이 아이와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어느새 뱃속의 아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안녕, 엄마야."
드디어 세상에 나온 아이에게 내가 던진 첫인사이다.
무수히 많은 날, 너에게 찬양을 불러주고, 축복기도를 하고, 사랑의 말을 건네고, 다정한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던 엄마야.
너도 나의 존재를 느꼈을까. 내 뱃속에서 꼬물거리던 너와 처음 눈을 마주하던 날, 나는 작고 소중한 너에게 묻고 싶었다.
나는 어떻게 너를 사랑하게 되었을까.